연기금의 주식투자 문제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주식투자를 반대하는 쪽은 연기금의 안정성이 훼손된다고 말한다. 안정성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민연금의 경우 자산을 잘 운용해서 국민의 노후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운용실패로 인해 속된 말로 ‘거덜’날 것에 대한 우려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소극적인 투자로 수익률이 낮아져 기금이 ‘고갈’되는 것도 안정성 훼손이다. 지금 국고채 수익률은 3.8%이고 물가 상승률은 5.7%다.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고 연금수급자 증가율보다 낮다면 투자수단 자체가 안전해도 국민연금의 안정성은 훼손된다.
만약 국민연금이 안정성을 앞세워 계속 채권투자만 한다고 하자. 현재 연금자산규모는 112조원이므로 내년도에 발생할 이익금은 약 3조8,008억원이 된다. 내년도 연금 수급자에게 지급될 연금 총액은 3조8,256억원이다.
올해 벌어들인 돈만으로는 내년도 연금지급액도 다 충당하지 못하고 자산이 줄어 안정성이 훼손된다. 주식에 잘못 투자해서 ‘거덜’나거나, 안전한 채권투자만 고집하다 조기에 ‘고갈’되거나 가입자 입장에서는 마찬가지 결과다.
수익률이 1% 낮아지면 연금 부담액이 3.8% 늘어난다고 한다. 결국 낮은 수익률은 국민부담이 된다. 그만큼 연금부담액을 더 내야 한다. 주식과 채권을 반반씩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주식투자 금액은 현재의 약 9조원에서 56조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올해 국민연금 주식 부문 수익률 37%를 곱하면 지금보다 수익이 17조3,900억원 더 발생할 것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된 서구의 연기금이 주식과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이유는 수익성 확보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국민의 돈이기 때문에 어떻게 운용을 해서 키워나갈 것인가가 궁극적 문제다.
이미 주식과 SOC에 투자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지금 연금의 해외투자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물론 운용의 투명성ㆍ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이 주식투자의 논란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투명성과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전제 아래 연금의 주식투자 허용은 때늦은 감이 있다.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된 지난 98년 종합주가지수는 500대였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33,300원이었다.
당시부터 연기금에 주식투자를 열어줬다면 기금고갈 문제가 지금보다는 덜했을 것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지금에 와서까지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