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은 지난 8월31일 사장단회의에서 이르면 지난달부터 수수료를 내리기로 한 당초결정에서 후퇴해 이르면 내달, 경우에 따라서는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신용카드사들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가 지난달초 신용카드 수수료에 담합의혹이 있다고 주장, 공정위가 최근 이와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수수료 인하시기를 공정위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로 미뤄놓고 있다.
게다가 카드사들은 특정업체가 섣불리 수수료를 내려 요율에 차이가 나면 요율이 높은 카드사들로부터 가맹점들이 이탈할 것을 우려해 당초결정에 따른 수수료 인하의 대상업종과 폭, 시기를 놓고 현재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드사들로부터 관련자료를 최근 모두 입수, 담합의혹이 있는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 2~3주 후에 결과가 나오는데 담합혐의가 인정될 경우 곧바로 실사에 들어가도 연말께나 최종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리시한은 공정위 내부지침에 2개월내로 정해져 있지만 시한내 처리가 쉽지 않다』고 덧붙여 연내처리가 어려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는 빨라야 내달중, 늦을 경우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시점을 공정위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로 미루는 까닭은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카드사들이 일제히 수수료를 내리면 요율이 비슷해져 또 담합으로 오해를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신용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대상업종 분류작업을 대체로 마무리하고 인하 폭도 이미 확정했음에도 불구 공정위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예식장과 이·미용실, 부동산중개소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 요율이 높은 20여개 업종에 대해 수수료를 0.25~0.5%포인트 정도 인하할 것을 내부방침으로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위측은 『카드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경쟁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며 『공정위 조사와는 별도로 개별적인 판단에 따라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카드사들은 이번 카드 수수료 조정을 계기로 수수료율이 1.5%로 크게 낮아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카드사용률 또는 점포 수익률이 저조한 골프장·종합병원·주유소 등에 대해서는 수수료 인상을 추진, 「물타기」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구동본기자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