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태극전사 원정 첫승 등 값진 수확

52년만의 원정 최고성적… "한국 저력 과시" <br>승점 4점 얻고도 유일하게 16강 탈락 '불운'

태극 전사들은 경기 매 순간 사력을 다했다. 13일 토고전에서 안정환은 극적인 역전골로 원정 월드컵 사상 첫 승리의 역사를 써냈고 19일 박지성은 강호 프랑스의 발목을 잡아 무승부를 이룬 동점골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24일 스위스전에서 노장 최진철은 오른쪽 눈꺼풀이 찢어져 피가 흐르는 가운데서도 필사의 노력으로 투혼을 발휘했다. /로이터·AP연합뉴스



아쉬움이 진하게 남지만 52년을 애타게 기다려온 원정 월드컵 첫 승과 원정 최고 성적을 거둔 귀중한 대회였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끈 태극전사들은 지난 24일 새벽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인 스위스전에서 석연찮은 심판판정까지 겹치며 0대2로 패해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조3위를 기록,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독일 월드컵은 한국 축구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전체 월드컵 출전 역사에 비추어 보면 역대 2번째 기록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폴란드(2대0 승), 미국(1대1 무), 포르투갈(1대0 승)을 따돌리고 조 1위로 사상 첫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여세를 몰아 이탈리아(2대1 승), 스페인(승부차기 승)을 차례로 꺾고 4강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 성적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 치른 원정 월드컵에서는 세계 축구의 높은 벽 앞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월드컵 무대에 처음 등장했던 54년 스위스에서는 헝가리와 첫 경기에서 0대9 대패, 이어 열린 터키와 2차전에서도 0대7으로 참패하는 등 수준차를 절감했던 한국 축구는 86년부터 98년까지 4차례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성적은 여전히 신통치 않았다.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1무2패,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3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고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2무1패로 그나마 가장 많은 승점(2점)을 따냈지만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대회 도중 사령탑 경질이라는 오점과 함께 1무2패로 일찌감치 귀국 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아드보카트호는 토고와의 1차전에서 짜릿한 역전극(2대1승)으로 원정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일궜다. 넘기 힘든 벽으로만 보였던 우승 후보 프랑스의 발목도 잡으며 1대1로 승점을 나눠 가지는 저력도 보여줬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잘 싸우고 탈락한 팀’이다. 본선 참가 32개국 중 승점 4점을 얻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했다. D조의 멕시코, F조의 호주는 한국과 같은 1승1무1패를 기록하고도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인 ESPN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지를 비롯, 주요 외신들은 “한국이 아깝게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저력을 과시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불굴의 투혼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태극 전사들이 4년 전 신화가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낸 것이다. 한국 축구는 이제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도 과거처럼 쉽게 무너져 버리는 팀이 아니다.

관련기사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