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기업의 날개 FTA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는 지난해 칠레와 아세안(ASEAN) 국가들에 300만달러의 수출을 올렸다. 이는 안료 제품을 수출할 때 적용 관세율이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0%가 되면서 가능한 실적이다. 우리 회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료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42개국에 수출하는 안료 제조업체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최고업체로 자리잡았다고 자부하지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회사는 물론 국내 안료업계 전체의 미래가 불투명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풍부한 원자재와 가격 경쟁력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무서운 추격으로 타격을 입었다. 중국은 모방상품 또한 강해서 우리의 수출에 타격을 입혔고 여기에 인도까지 가세해 저가 제품을 내세워 우리를 위협했다. 어두운 터널에서 헤매고 있을 때 우리에게 희망의 빛을 준 것은 바로 FTA 체결 소식이었다. 신규거래처 발굴은커녕 기존 거래처마저 뺏기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국가들과 FTA, 그로 인한 관세 철폐는 중국 및 인도 등의 저가 제품과 맞설 가격경쟁력에 힘을 실어줬다. 한ㆍ칠레 FTA로 인해 관세율은 드디어 0%가 되었고 그 결과 지난해 우리 회사는 대 칠레 수출로 50만달러를 넘기는 성과를 거뒀다. 2007년 이후 국가별로 순차적으로 발효되고 있는 한ㆍ아세안 FTA로 태국ㆍ필리핀ㆍ인도네시아 등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FTA 발효로 인해 관세가 철폐된 국가들로의 수출에 힘입어 2007년 위기 이후 2010년에 처음으로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됐다. FTA 체결 확대는 우리 같은 수출기업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이다. 올해 안에 한ㆍ미,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우리 회사의 미국, EU 수출규모는 지난해보다 300만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루로의 수출액 역시 현재 30만달러 수준이지만 FTA로 관세가 철폐된다면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FTA 다변화에 맞춰 우리 같은 기업의 꼼꼼한 준비도 필수적이다. 거래처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주는 것을 넘어 이제는 마케팅 및 영업전략의 하나로써 FTA를 적극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FTA라는 날개를 달고 더 높이 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FTA 시대를 사는 기업들의 자세라고 감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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