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진중공업 청문회 교훈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최근 열린 경총포럼에서 인사말을 하면서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 한 장의 사진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진 속에는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야당 소속 환노위원들과 함께 민주노총ㆍ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위원장과 만나 손을 맞잡은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 회장은 포럼 참석자들에게 "여러분들은 이 사진을 보시면서 어떤 것을 느끼십니까"라고 물었다.


여소야대로 구성된 국회 환노위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회장의 지적처럼 여소야대 환노위는 노조의 편에 서서 기업을 옥죄는 다양한 방안을 밀어붙일 기세다. 환노위는 특히 쌍용차 사태와 삼성전자 근로자의 백혈병 산업재해 등 개별 기업의 노동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소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가 자율로 풀어야 할 노사문제에 정치권이 개입하겠다는 이 같은 발상은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진중공업 사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환노위는 지난해 8월 한진중공업 경영진을 청문회에 불러 공개적으로 압박한 끝에 정리해고자 복직 권고안을 수용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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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한진중공업은 정치권의 무분별한 개입과 '희망버스'로 대표되는 일방적인 여론몰이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지난해 11월 파업이 끝난 뒤 8개월이 지났지만 일부 특수선 물량을 제외하곤 극심한 수주 가뭄에 허덕인다. 오는 11월 해고자들이 복직하지만 이들이 일해야 할 독은 텅 빈 상태다. 이 같은 수주 부진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한진중공업 사태를 겪으면서 해외 선주들의 신뢰를 상실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 같은 사실을 깨달은 노조도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한진중공업은 '투쟁' 대신 '상생'을 기치로 내건 새 노조가 지난해 파업을 주도한 금속노조 소속의 기존 노조를 완전히 대체했다.

이처럼 정치인들과 희망버스가 떠난 한진중공업의 현주소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노사문제 개입이 불러올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앞으로 환노위원들은 한진중공업의 현재 상황을 면밀히 참고하고 그 교훈을 향후 노사정책을 수립하는 데 충분히 반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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