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너무 치열해진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 너무 힘들었어…버라이어티한 내 인생 여기서 끝내고 싶어…짝이 되고 안 되고가 아니라 삶의 의욕이 없어요 …미안해."


충격이었다. 다큐멘터리식 맞선 프로그램을 표방한 SBS '짝'에 출연한 29세의 여성 회사원 전모씨가 지난 5일 오전2시30분께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사건을 맡은 제주도 서귀포경찰서 측이 공개한 고인의 유서는 이 같은 삶의 힘겨움에 대한 토로로 꽉 차 있었다. SBS 제작진은 5일 오전 즉각 사과문을 발표했다. 본방송 결방은 물론 재방송도 대체됐다. 그럼에도 '짝'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 요구와 폐지를 반대하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인터넷에는 숨진 여성의 우울증 병력 여부부터 제작진의 강압적인 촬영 진행 등 '너무 뜨거운' 관심으로 의혹들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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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새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급증했다. 자연스러운 추세다. 일방형 방송에서 소통형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소비자에 불과하던 시청자가 콘텐츠 생산에도 개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사실성'이 생명력을 갖는다.

그러나 제작진은 극적인 전개와 흥미요소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작진의 과도한 '연출', 일방적인 '편집'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드라마틱한 구성을 위해 '짝'류의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몇시간, 몇일에 걸친 사전 인터뷰를 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사적인 부분이 드러나기도 한다.

치명적 문제는 이 지점에 있다. 일반인들이 방송출연에 응할 때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쿨하게' 접근하지만 '짝'에서처럼 24시간의 모든 행적이 노출되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부담감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예인은 방송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적응력이 있지만 일반인은 자신이 어떻게 보이게 될까에 대해 스스로 가늠하지 못한다"며 "내가 어떤 식으로 비쳐질까를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작은 일도 크게 생각하게 되고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똑같은 폭력장면도 영화보다 뉴스가 '리얼'이기에 더 자극적이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작진과 출연자는 물론 시청자들도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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