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약하게나마 개선되던 경제 성장세가 3년 만에 꺾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9%에서 0.9%로 무려 1%포인트나 낮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전망을 이처럼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연간 성장률이 전년보다 뒷걸음질치는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0.3%(전기 대비)로 종전 예상보다 0.1%포인트 낮아졌고 올 1·4분기 실적치도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경제 성장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롤러코스터를 타다 2012년을 저점(2.3%)으로 2013년 2.9%, 지난해 3.3% 등 완만하게 개선돼왔다. 정부와 한은은 이를 근거로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을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통상 성장률 전망을 낙관적으로 잡는 한은이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 같은 주장도 힘을 잃게 됐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및 국내 경제연구원 사이에서는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한은은 올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9%로 대폭 낮춰 디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총재는 "1·4분기 물가 상승률이 낮았고 국제유가가 1월 전망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망을 그대로 달성해도 물가 상승률은 1999년(0.8%)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아진다. 사상 최저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디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달 금리를 사상 최저로 낮춘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다만 금통위원 1명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