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이태규 '개막전 V 반란' 7타차 뒤집고 생애 첫승… "우승 상금으로 빚부터 갚겠다"최인식·허인회·무어 준우승 둥관=박민영 기자 mypark@sed.co.kr "마이너스 통장 빚부터 갚아야지요." 프로 데뷔 후 7년간 받은 총상금이 2,800여만원에 불과했던 '가장(家長)' 선수는 생애 첫 우승상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09시즌 개막전은 무명의 이태규(36ㆍ슈페리어)를 선택했다. 이태규는 5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 인근 둥관의 힐뷰GC(파72ㆍ7,019야드)에서 열린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 1차 대회(총상금 4억원)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선두에 7타나 뒤졌던 열세를 뒤집고 공동 2위 최인식(28), 허인회(23), 리처드 무어(27ㆍ호주) 등을 1타 차로 따돌린 짜릿한 역전승. 이날 승부 만큼이나 그의 인생도 역전극 같았다. 2002년 6년에 걸친 12차례 응시 끝에 31살의 나이로 프로테스트에 합격했지만 생활은 '장밋빛 꿈'과 거리가 멀었다. 2003년 정규투어 한 시즌을 뛴 뒤 '입스'(yips: 퍼팅할 때 두려움에 불안해 하는 증상)가 오면서 투어카드를 상실, 레슨과 2부 투어 상금 등 박봉으로 생계를 꾸렸다. 은행 빚을 지며 생활해야 할 만큼 아들 둘을 둔 무명 선수의 설움은 눈물겨웠다. 그러나 포기는 없었다. 꾸준한 연습으로 입스를 극복한 그는 퀄리파잉(Q)스쿨을 통해 지난해 5년 만에 투어에 복귀했다. 작년 상금랭킹 69위에 그쳐 또다시 Q스쿨을 치러야 했던 그는 2위를 차지하며 올 시즌 투어카드를 따냈고, 개막전 우승컵을 거머쥐며 '인생 역전'을 일궈냈다. 우승상금 8,000만원과 함께 2년간 투어카드도 확보했다. 이날 승부는 중반까지도 무어ㆍ최인식ㆍ허인회의 싸움 양상이었다. 하지만 7타 차 공동 10위로 출발했던 이태규가 보기 2개에 버디 8개를 쓸어담으며 소리 없이 치고 나왔다. 18번홀(파4) 1.5m 가량의 버디 퍼트를 놓친 이태규는 불안한 1타 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연장전에 대비하던 그는 공동 2위 선수들이 끝내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 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한다"는 이태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우승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대구에 있는) 집에 돌아가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디펜딩챔피언 배상문(22)과 중국의 골프영웅 장랸웨이(44)는 공동 6위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