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中 농약인삼' 법원-검찰 충돌

법원 "도주 혐의없다" 14명에 영장 기각<BR>검찰 "기준이 뭐냐" 이례적으로 공개반발

지난해부터 부쩍 늘어난 구속영장 기각으로 속내가 언짢았던 검찰이 심혈을 기울여 기획 수사한 불법 중국삼 판매상들에 대한 영장을 법원이 무더기로 기각하자 이례적으로 기자 브리핑을 갖고 분노(?)를 표출했다.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되면서 검찰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법원을 겨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1일 벤젠헥사크로라이드(BHC) 등 농약성분이 과다 함유된 중국삼을 팔아온 서울 경동시장 일대 인삼상 17명을 단속,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실형 가능성이 적은데다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이중 14명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사건을 지휘해온 성시웅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이와 관련, 브리핑을 갖고 “독약을 팔아도 구속되지 않는 나라가 됐다”며 “도대체 법원의 영장발부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이충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농산물에 흔히 쓰이는 농약을 독약이라고 표현하며 피의자를 중대 범죄인으로 여론몰이하고 있다”며 “검찰은 자신의 수사 편의를 위해 일방적인 구속 잣대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번 건에 앞서 지난해에도 사상 처음으로 국채 선물의 공정질서 확립을 위해 모 투자신탁 펀드매니저 수명에 대해 시세조정 혐의로 영장을 청구하며 기자 브리핑도 가졌지만 법원이 기각해 힘이 빠진 바 있다. 서울지검 모 검사는 “수개월간 공들여 어렵게 혐의를 포착한 피의자에 대해 법원이 단번에 영장을 기각하면 어깨가 축 늘어진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번 싸움을 놓고 사회정의를 강조하는 검찰과 피의자 인권도 감안해야 하는 법원의 태생적 갈등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의 인권이 강조되면서 영장 기각률이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른 검찰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의 영장 기각률은 총 10만683건의 영장청구 중 1만4,767건이 기각돼 14.7%를 기록, 전년의 7.8%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내부 기준에 따라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 실형 가능성 등을 감안해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검찰은 과거 피의자 인권이 강조되지 않던 시기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발부됐던 시절의 향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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