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싸, 가자! 에너지 다이어트] <2> 전세계에 부는 에너지 절감형 산업혁명

탄소섬유서 기름 덜먹는 차·스마트하우스까지 개발 잰걸음<br>● 미국- 저 마그네슘 차 개발 등 올해 5,400만달러 지원<br>● EU- 정부건물 100채중 3채 매년 절전형으로 개량<br>● 일본- 전력사용 실시간 파악… 스마트미터 도입 박차


전세계가 '제3의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증기기관 출현으로 시작된 과거의 산업혁명들이 에너지 사용을 늘려 상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췄다면 21세기 산업혁명은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낭비를 줄여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에너지절감형 산업혁명인 셈이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속에 확산된 전세계 에너지절감형 산업혁명은 특히 지난해 3월 일본을 덮친 대지진을 계기로 비약적인 진전을 이뤘다. 대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대형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화석에너지와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한 태양력ㆍ풍력 등 대체에너지의 틈바구니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인정받아온 원자력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과 독일 등 원자력 '제로'를 선언하는 나라가 속속 등장하고 에너지 부족이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면서 에너지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방안을 고민하기에 앞서 덜 쓰는 방법을 고안하자는 발상이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앞서가는 유럽, 절박한 일본=현재 에너지 절감 분야에서 한발 앞서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 회원국들은 최근 오는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 줄이는 내용의 타협안에 합의했다. 아직 각국 의회의 비준 등 공식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합의안 도출만으로도 "중대한 첫걸음을 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U는 이 밖에 역내 기업들이 2014~2020년에 매년 전체 매출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에너지 절약 설비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각국 정부가 소유한 건물 100채 중 3채를 매년 에너지 저소모 건물로 개량해나갈 방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재정위기 속에 일부 국가가 비용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책방향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기술에서 앞서온 일본은 지난해 대지진 이후 원전가동 중단에 따른 만성적 전력난을 겪으면서 에너지 절감이 더욱 절박한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 주도로 여름철 15%가량의 의무절전을 시행하고 있으며 에너지 절약에 초점을 맞춘 주택인 '스마트하우스'와 도시 차원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조명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고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한편 전력사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스마트미터 도입과 친환경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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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지 효과 동원하는 미국=미국도 에너지 절약산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미 전역에서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 13건을 선정해 총 5,400만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승용차 문에 들어가는 마그네슘의 양을 줄이는 공법을 개발하는 조건으로 270만달러를 받게 됐다. 이 공정을 적용하면 자동차 조립과정에서 에너지를 줄일 뿐더러 차체의 무게를 가볍게 해 기름을 덜 먹는 차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900만달러를 받는 다우케미컬은 생산비용을 20% 줄인 탄소섬유를 개발할 계획이다. 미 에너지부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유타주립대 등에도 개발장려금을 지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부 장려금과 무관하게 에너지 절감에 발벗고 나서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지난 2006년부터 자동차 조립과정에서 에너지 소모를 20% 줄인 데 이어 2016년까지 에너지 소모량을 추가로 25%로 절감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포드가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전기는 2006년 당시 3,576kWh에서 최근에는 2,778kWh로 줄어든 상태다.

에너지 절감과 관련한 새로운 업태도 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웃과의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업체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가령 같은 평수인 옆집의 전기 소비량이 우리집보다 훨씬 적다면 이에 자극 받아 에너지 절약에 나서게 된다는 식으로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정보를 받아본 가구의 에너지 사용량은 최대 5%까지 줄었다고 WSJ는 덧붙였다.

◇"에너지 절약사업 투자하면 3배 이익"=현재 에너지절감형 산업혁명의 가장 큰 단점은 첫 단추를 끼우기까지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수준 대비 절반으로 낮춰 지구온도 상승폭을 2도 내외에서 막는 데 36조달러(4경1,742조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바꿔 말하면 에너지를 줄이는 원천기술을 미리 확보할 경우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IEA 관계자는 "저탄소에너지 분야에 투자할 경우 3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EU 정책정보 포털사이트인 유랙티브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IEA는 이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대형 빌딩과 운수 분야에서 엄격한 표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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