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먹거리, 아직도 불안합니까?

올해도 어김이 없었다. 지난 1일 소비자보호원은 영ㆍ유아용 이유식과 초콜릿ㆍ비스킷 등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한해 동안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엄습해온 느낌이었다. 특히 올 들어 식품업체들이 심장병ㆍ암 등과 연관이 있다는 트랜스 지방의 제로화를 미국이나 유럽보다 빠르게 선언하고 나선 와중에 발표된 일이라 더욱 눈길이 갔다. 웰빙바람에 밀려난 과자·라면 지난해 3월 모 TV 방송의 프로그램에서 국산 과자가 아토피를 유발한다는 보도로 촉발된 과자 파동은 소비자와 제과업체들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과자를 찾는 발길이 끊겼고 업체들의 매출은 최대 절반으로까지 뚝 떨어졌다. 제과업체 전직원들이 할인점을 돌아다니며 반값 판촉행사에 나설 정도였다. 회사 자체가 휘청거린 것은 불문가지.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뒤에서야 과자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아토피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식약청에서 발표했다. 하지만 모두가 엄청난 홍역을 치룬 후였다. 사실 가장 큰 식품파동은 지난 88년에 일어난 삼양라면의 우지(牛脂)용 기름 사건이다. 삼양라면이 인체에 해로운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정부당국의 발표로 부도 상황까지 내몰렸으나 결국 ‘해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삼양라면의 매출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국면으로 떨어진 후였다. 여기에 라면은 몸에 좋지 않는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면의 인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중ㆍ장년충에는 배고픔을 가시게 해준 가장 중요한 먹거리로, 청소년들에게는 간식으로 선호하는 최고의 식품 중의 하나인 것이다. 라면이 건강식품(?)이라는 의견도 있다. 58년 지구상의 처음으로 라면을 선보인 일본 닛신식품의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 회장은 평생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면서 노익장을 과시하다 1월 95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과자나 라면 등이 몸에 좋은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국내에 열풍처럼 퍼지고 있는 웰빙ㆍ로하스(LOHAS) 바람으로 완전히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듯하다. 건강한 일반인들에게는 적합한 기호식품이 불량식품으로 변질된 것이다. 과자나 라면 브랜드 중 맛동산ㆍ새우깡ㆍ삼양라면ㆍ초코파이 등 한국인과 함께한 장수 브랜드들은 어릴 적 추억을 만들어주는 훌륭한 매개체다. 가난할 때의 추억과 소망이 담겨있고 굶주림을 채울 수 있는 싸고 맛있는 먹거리의 구세주였다. 산업적 측면에서 식품은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소외받고 있는 과자ㆍ라면 등은 이미 해외에서는 한류의 주력제품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유혹하며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의 중국ㆍ러시아ㆍ베트남 시장점유율은 이미 50%를 훌쩍 넘은 지 오래다. 짝퉁제품 때문에 고전한다는 기사가 종종 뉴스화되고 있는 것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올해는 불신 풍조 종식돼야 올해는 우리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반드시 종식돼야 한다. 물론 매년 되풀이되는 먹거리 파동의 근본원인은 완전하지 못한 식품을 만드는 업체에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통과된 규격 밖에서 야기된 부작용의 책임 소재에는 한계가 있다. 먹거리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발표로 소비자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것도 문제다. 소비자들을 불안으로 몰아갈 뿐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다 보니 건강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도외시한 채 자금과 인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식주 중에서도 ‘먹는 일’이 상위 개념이다. 심지어 자연식품들도 공해와 농약 등에 무차별로 노출돼 있어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된 먹거리는 좋은 음식은 아니더라도 법적으로 허용한 식품들이다. 아무리 좋은 자연식품이라도 장기적으로 먹지 않으면 그 효능을 검증할 수 없듯이 제조식품도 적당히 먹으면 반드시 몸에 해만 주는 것은 아닌 것이다. 올해는 언제 어디서나 편안한 마음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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