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24일] 샤오강의 저항


1978년 11월24일 중국 안후이성 샤오강 마을(小岡村). 농부 18명이 비밀서약을 맺었다. 골자는 땅 분배. 각 농가가 마음대로 경작하자는 것이다. 공동생산ㆍ공동분배라는 공산주의 치하에서 자칫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서약을 맺은 동기는 간단하다. 굶주렸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투옥되는 사람이 생길 경우 그 자녀들이 성년을 맞을 때까지 남은 사람들이 부양한다는 조항까지 집어넣은 서약서에 손도장을 찍었다. 비밀은 지켜지지 않고 1년 후 모든 게 들통났다. 몇 명이나 투옥됐을까. 모두 무사했다. 종자와 비료ㆍ농약 배급량을 삭감하려는 지방정부의 제재조차 중국 공산당 중앙당이 막았다. 농민들을 살린 것은 성과. 집단농장을 내 땅같이 경작한 후부터 곡식이 남아돌았다. 눈에 불을 켜고 산을 깎아 논과 밭으로 만들어 경작 면적도 두 배로 늘어났다. 마침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정책과 맞물려 샤오강 마을 이야기는 ‘성공 사례’로 중국 전역에 번졌다. 농부들이 공산주의 생산분배 방식에 도전하는 비밀결사를 조직한 지 6년 만인 1984년, 수만 개에 달하던 인민공사(집단농장)가 모두 사라졌다. 중국 전체의 농업생산도 같은 기간 중 67%나 늘어났다. 샤오강 마을보다 3개월 앞서 비밀서약을 했다는 농촌도 있고 비밀결사와 맹약서가 조작된 것이라는 논란도 있지만 샤오강 마을은 중국에서 농촌개혁의 상징이다. 농부들이 29년 전에 맺은 비밀서약서는 중앙혁명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샤오강 마을 어귀에는 국가에서 내려준 ‘중국 농촌개혁 제1촌’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샤오강 마을의 사례는 억압과 이념보다 자율과 식량이 강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인간을 억압하는 제도 역시 결국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저항은 빵을 만들고 역사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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