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모나지 않은 눈으로 세상 다시 볼래요"

노숙인 대상 성프란시스대학 졸업식

"모나지 않은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16일 서울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서 열린 노숙인을 위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 6기 졸업식에서 노숙인 대학생 김철호(가명ㆍ54)씨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 술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보내며 노숙인 생활 3년째에 접어든 김씨에게 어느 날 뜻밖의 일이 생겼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노숙인센터를 찾은 김씨에게 한 센터 직원이 인문학 강의를 들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김씨는 "인문학을 배우면 밥이 나오냐"며 거절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이 이내 그를 붙잡았다. 결국 지난해 3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 6기 대학생으로 수업을 받으면서 김씨에게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이날 졸업식에는 김씨와 함께 공부한 13명도 함께 졸업장을 받았다. 총 14명의 졸업생 중 유일한 여성인 박미선(가명 ㆍ33)씨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글쓰기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은 미국의 빈민교육활동가인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를 벤치마킹한 국내 첫 사례로 인문학을 통해 노숙인의 자존감 회복과 실질적 삶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교육 과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5년 9월 삼성코닝정밀소재와 성공회 다시서기지원센터가 함께 국내 최초로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이래 지난 6년간 모두 88명의 인문학도를 배출했다. 노숙인에게 잠자리와 밥이 아닌 실질적 자활을 돕기 위해 개설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은 철학과 예술사ㆍ글쓰기ㆍ한국사ㆍ문학 등 5개 과목으로 1년간 진행된다. 이날 졸업식에는 이헌식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 양권석 성공회대 총장, 김성수 주교, 여재훈 다시서기지원센터 소장, 교수진과 이미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 등 총 100여명이 참석해 노숙인 인문학도들의 희망찬 시작을 함께했다. 이 사장은 축사에서 "앞으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소외계층이 자활할 수 있도록 해 사회에 적응하고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면서 "지난 6년간 후원해온 인문학 과정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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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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