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狡兎三堀)은 꾀 많은 토끼가 굴을 세 개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농촌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어수선하다. 그러나 신묘년 토끼해인 올해 우리 농촌의 여성 농업인은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토끼 굴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전통산업인 농업에서 힘보다는 섬세함과 창의력으로 승부하는 여성이 경영의 주체로 많은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요즘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여풍(女風)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경찰대학교의 여자 입학생이 수석과 차석으로 각각 합격했고, 지난해 말에 드디어 여성 장군을 배출했으며, 여자대학교의 학생군사교육단(ROTC) 창설 등 사회 각 층에서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여풍(女風)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국정운영 양대 축(軸) 중 하나를 여성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농업 인구의 감소가 가속화되는데도 불구하고 여성 농업인은 전체농업인구의 51.2%로써 남성 농업인보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지난 20여년간 농업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었지만 여성 농업인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80년대 이후 농장수는 14% 줄었으나 여성이 운영하는 농장수는 오히려 86%나 늘어났다. 그러나 여성 농업인은 후계농업인의 15%, 농협 조합원의 25.3%를 차지하며, 농업회사법인 참여는 3.1% 수준에 머물러 생산조직에 있어서 여성 농업인에 대한 소외가 심각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2006년도 농림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여성 농업인의 노동에 대한 기여도가 75.4% 절반 이상 농업에 종사한다고 보고돼 농사를 지으면서도 농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사노동과 보육까지 혼자 책임져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2000년 '농업ㆍ농촌 기본법'의 발효 및 '여성 농업인 육성 5개년 계획 2001~2005' 수립 등으로 여성 농업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많은 부분에 대해 여성 농업인의 역할 증대에 부응한 권익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사회적 여건이 점차 성숙돼 가고 있다. 올해는 여성 농업인에게 실질적으로 꿈과 희망을 가져다 주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무급가정종사자에서 농업생산 주체, 경영자, 마케터, 농외소득 경제활동 참여자, 농업정보수집가, 사이버판매 및 경영관리자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데 현실에 맞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1년 신묘년은 여성 농업인이 우리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데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여성농업인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향상은 물론 농업인 자녀 학비 지원, 농가도우미제도, 영농도우미제도, 가사도우미제도, 공공육아시설 등의 종합적인 복지대책을 보완, 확대 실시해야 한다. 수입 개방의 파도 속에서 섬세하고 여성 특유의 감각적인 안목을 가진 여성 농업인이 우리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어려움에 처한 우리 농촌을 회생시키는데 토끼의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를 빌려 일익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