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범죄피해구조금 있으나 마나

구조금 미미·홍보 부족 탓 한해 이용자 고작 300명

만만찮은 예산확보도 문제

"피해자 지원 확대" 목소리

강력범죄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에게 정부가 구조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도소 시설 개선 등 가해자에 대한 처우는 나날이 개선되는데 정작 피해자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피해구조금 제도를 이용한 피해자는 312명에 그쳤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난 2011년 287명과 비교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올해도 9월까지 231명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까지 3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구조금은 강력범죄 피해자가 가해자 등으로부터 피해의 전부나 일부를 배상받지 못할 경우 국가가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제도다. 해당 범죄피해로 국가배상법 등에 따라 국가로부터 별도의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제외된다.

구조금은 살인 범죄로 사망한 피해자 가족에게 주는 유족구조금과 폭력 범죄로 부상당한 피해자에게 주는 장해·중상해구조금으로 나뉘는데 유족구조금은 지난해 227명이 이용했다. 지난해 살인범죄가 966건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 중 23.5%만이 지원받은 셈이다.


폭력범죄는 지난해 23만5,871건인 반면 장해·중상해구조금을 받은 피해자는 고작 85명에 그쳤다. 장해·중상해구조금은 1~10급 장해를 입었을 경우와 9주 이상 중상해를 당했을 경우 등 큰 부상에만 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용 실적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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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금이 제대로 지급되려면 수사 단계에서부터 바로 제도를 안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 등 미란다 원칙을 알리듯 피해자에게도 지원제도를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일선 지방검찰청과 경찰서에서 구조금 제도를 안내하도록 한 규정이 있지만 검찰 내부 예규와 경찰청 훈령에 규정돼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 본인부터 피해자지원 제도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구조금 제도에 대한 대국민 홍보도 1년에 한 번 열리는 '범죄피해자인권대회' 등 일회성 홍보가 대부분이다. 이런 문제는 제도 시행 초기부터 지적돼온 것이지만 정부는 내년에야 수사기관 등에서 피해자제도지원 안내를 의무화하고 처음으로 홍보 예산을 책정했다.

지원 수준이 낮은 것도 문제다. 유족구조금은 상한선이 6,660만원, 장해·중상해구조금은 5,500만원으로 묶여 있다. 장해구조금이 최대 4억1,000만여원, 유족구조금이 최대 3억원에 이르는 일본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무보험차량이나 뺑소니로 사고를 당한 경우나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사망하는 경우 등 '과실'로 사망한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정부의 유족지원금(1억원)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그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예산확보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구조금 예산은 상위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배분된다. 범피금은 피해자에게 직접 주는 구조금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등 간접적인 지원도 아우르는데 이 간접지원에 투입되는 예산이 급증하고 있어 구조금 예산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일례로 내년 범피금 예산안을 보면 그동안 일반회계예산에서 지급하던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비 103억원이 새로 책정됐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갈등을 조정하는 형사조정위원회 위원에 대한 인건비도 18억원에서 3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탓에 구조금 예산은 77억원에서 90억원으로 16.8% 느는 데 그쳤다.

범피금 신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간접적인 지원은 되도록 일반 예산에서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민간 기부, 출연금 비중을 늘려 범피금 예산을 확충하는 한편 구조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구조금 지급 ·안내 체계를 실효성 있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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