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부끄러운 기성세대

구조·재난대책 후진성 못 벗어나 책임 불감증 대형참사로 이어져

제도·시스템 선진화 중요하지만 운용하는 사람들 의식 먼저 개선해야 비정상을 일상화하는 현실 반성을

조영 앤트롭J인베스트먼트 그룹 대표


몸은 멀리 미국 뉴욕에 떨어져 있지만 우리 어린 학생들의 참사 보도에 가슴이 먹먹하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 생환을 위해 기도해보지만 한없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번 사고는 여객선 '세월호' 선사나 탑승 승무원에게 직접적이고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이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지만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더 이상 이러한 후진국형 참사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한국 사회의 현주소이다.

이번 참사의 근원적인 원인은 개인이나 조직의 조그만 이익을 위해 비정상을 일상화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특히 정치권과 정부, 사법부, 검찰, 금융 및 기업, 교육계, 노동조합 등 상식과 합리성이 가장 필요한 영역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가장 비정상적인 행동이 나오고 있다.


물론 제도나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 사회 전반에 퍼진 개별 이기주의와 책임 불감증이 고쳐지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대형 참사를 언제든지 다시 부를 수 있다. 이번 사건도 여객운송사업의 현장에서 안전관리 점검 및 대피 매뉴얼 등 기존 시스템조차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책임 불감증 때문에 사소한 사고로 끝날 수 있었던 일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관련기사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고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가진 나라다. 또 대다수 국제 연구기관들이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으로 분류할 정도로 국제적 위상도 높다. 주변 환경이 이런데도 해상 재난 구조 인프라나 중앙재난안전대책은 아직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안전 불감증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고 선사가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의 평가에서 최근 수년 동안 우수 선사로 평가된 것은 비정상이 상식으로 일상화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현행 수학여행 관행의 개선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배나 비행기 등 장거리 및 장기간의 여행을 요구하는 수학여행이 현장 체험학습이란 이름 아래 개개인의 상황과 의사와는 무관하게, 획일적이고 강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번 참사 외에도 금융사와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저축은행 및 금융계 비리, 노조 파업 등 최근 많은 사건의 공통적인 해결 방향은 제도적 보완과 개선도 중요하지만 있는 규정이라도 제대로 지키고 아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과거 큰 사고들의 전철처럼 여객선 승무원과 구조 관련자들에게만 화살을 쏘고 마무리해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 한국 사회가 상식을 일상적인 가치로 세우지 못한 채 비정상을 허용하는 바람에 어린 학생들이 대형 참사를 당했다. 기성세대의 부족함 탓에 피해를 줄이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사회 지도층부터 일반 국민까지 모두 아직도 이런 비정상적인 것들이 남아 있지 않나 철저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우선 자신부터, 자기 일부터, 자기 조직부터 고쳐나가 사회에 광범위하게 남은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화시키는 데 앞장서자.

이것이 이번에 희생된 어린 생명들에게 우리 사회가 보일 수 있는 진정한 반성의 길이고 또한 그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선진화도 사회의 정상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치권·정부·사법부·언론·경제계 등 위로부터 사회적 책임감을 통감하고 솔선수범해 상식과 순리가 통하는 사회를 모두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