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인들 평창동서 줄줄이 이사

한때 정계 거물들이 모여 살아 '정치인 주거 1번지'로 세인의 부러움을 샀던 서울 종로구 평창동이 시대적 변화와 함께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특히 '국민의 정부' 최대 실세 중 한명인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조만간 평창동을 떠나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아파트로 이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다 정치인 기피지역이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거 이 일대에서 살던 문민정부의 실세인 최형우, 서석재 전 의원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모두 '불운'을 당한데 서 비롯됐다. 두 전 의원은 와병 등 뜻하지 않은 불운을 겪은 뒤 풍수지리에 밝은 '고승'들의 조언을 얻어 모두 평창동을 떠났다. 게다가 지난 92년부터 평창동에서 살아온 권 전 최고위원은 정권교체를 이룬 영광의 시기에 한보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고 지난해 12월 정동영 최고위원의 '2선 퇴진' 발언 파문으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순명(順命)'을 다짐하는 시련을 겪었다. 또 평창동 빌라에 살고 있는 5선의 민주계 김정수 전 의원도 지난해 4ㆍ13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인근 종로구 신교동에 살던 이종찬 전 의원도 이사를 갔다. 이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한때 평창동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냈으나 풍수지리 때문에 사실상 포기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산 자락인 평창동과 구기동의 지세가 정치인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소문이 끊임 없이 전파돼왔다. 한마디로 "터가 너무 세다"는 것이다. 다만 무소속의 정몽준, 한나라당 박종웅ㆍ현승일 의원 등은 아직도 평창동에 살고 있다. 이들은 "이사갈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북한산 행궁(行宮)에 쌀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한 창고인 평창(平倉)에서 유래한 이 평창동은 조선시대만 해도 북한산의 기맥이 흐르는 곳이어서 국가가 기(氣) 보호를 위해 민간인들의 출입을 금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구동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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