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3개월 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 9조원 이상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관련 해외 뮤추얼 펀드에서도 5월 중순 이후 꾸준히 자금 유출이 발생해 단기자금 뿐만 아니라 중장기자금 마저 한국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2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4월25일부터 이달 21일까지 9조3천513억원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8천752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천761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게다가 이달 들어 주춤했던 외국인 매도세가 10일부터 재개되면서 9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66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팔았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전기전자(3조3천568억원), 철강금속(1조3천456억원), 운수장비(1조3천358억원), 금융(8천734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업종에 집중됐으며 삼성전자(2조5천283억원)와 POSCO(1조512억원), 현대차(7천46억원) 등 한국 대표 종목을 집중적으로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매도 초기에는 단기투자 자금의 차익실현 정도로 여겨졌으나 세계 증시 폭락과 더불어 신흥시장에서 해외 뮤추얼펀드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중장기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펀드정보제공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관련 펀드와 신흥시장 펀드의 자금은 5월 중순부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5월13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두 달여 동안 신흥시장펀드에서 168억8천8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한국관련 펀드에서도 120억7천600만달러의 순유출이 각각 발생했다.
이달 들어 주춤했던 자금 유출 속도가 최근 1주일새(13~19일) 다시 빨라져, 신흥시장 펀드에서 18억6천만달러, 한국관련 펀드에서 15억4천만달러의 자금이 각각 유출됐다.
신흥시장 펀드는 글로벌 이머징마켓펀드를 비롯해 아시아와 중남미, 러시아 등 주로 신흥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하며 한국관련 펀드로는 이머징마켓펀드와 일본 제외 아시아펀드, 태평양지역 펀드, 인터내셔널 펀드 등이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가 고점을 찍은 이후 시작된 초기 외국인 매도세는 단기 차익실현 성격이 강했지만 글로벌 긴축우려(금리인상)와 함께 신흥시장에 대한 위험 회피 성향이 나타나면서 한국시장에 대한 비중 축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뮤추얼 펀드에는 중장기자금이 자금이 많다"며 "여기서 5월 중순 이후 꾸준히 자금이 빠지고 있다는 건 단기자금 뿐만 아니라 중장기자금도 이탈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외국인이 최근 9조원이 넘는 한국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이는 2002년10월부터 2004년9월까지 2년 동안 저금리 기조 아래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29조5천146억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어서 추가 매도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증권가 주변의 우려다.
황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긴축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대체로 신흥시장에 대해 중립 이하의 투자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이들의 귀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