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수습 빠를수록 좋아" 속전속결 나서
청와대와 외교부가 13일 노무현 대통령 폄하발언의 당사자로 알려진 조현동 북미3과장을 직위해제키로 하는 속전속결로 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의 관련자들이 모두 조기에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조 과장 외에도 사무관급에 대해서도 직위해제 등 중징계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앞으로 외교부 징계위원회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가 남아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이번에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 강력한 수준의 징계요구를 전달했음을 내비쳤다.
어떤 경우든 이 같은 조치는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에는 조 과장이 한미 미래동맹회의 대표단 일원인 만큼 징계 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비위도 아닌 `발언`에 대한 징계로는 너무 과하다"는 공무원 신분보장에 대한 안팎의 반발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외교부가 중징계에 나서는 것은 조사 과정에서 북미3과를 이 잡듯 뒤지는 등 청와대가 보인 강경 기류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자칫 더 큰 후폭풍이 닥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외교부 조직이 만신창이가 되게 된 상황인 만큼 수습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고위 간부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외교부는 국 간 갈등, 인사를 둘러싼 불만 등 내부 사정이 고스란히 노출됐을 뿐 아니라 `내부 제보자가 누구냐`는 의혹 때문에 분위기마저 흉흉한 상태다.
실제로 북미국ㆍ조약국 사이의 한미 합의각서(MOA) 개정 방향에 대한 견해차가 다시 들춰지는가 하면, 그럴듯한 정황이 덧붙여져 제보자들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외교부 직원들도 좀체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외교부가 어떻게 되는 것이냐"일 정도다. 갑작스레 동기 모임도 잦아졌다.
이날 신기남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의 `숭미주의적 외교부 간부 숙청론`은 이런 분위기에 아예 찬물을 끼얹었다. 한 관계자는 "한번도 북미 외교라인에 속한 적은 없지만 그런 식으로 매도하는 데 대해 외교관으로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한국 외국어대 출신으로 외시 19기이며 북미국 한미행정협정(SOFA) 실장, 주 미 대사관 일등 서기관을 거쳤고, 주 미 대사관에서는 위성락 북미국장과 함께 근무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