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토요 Watch] 숲 만들고… 정원 조성하고… 벽화 그리고… 기업, 잿빛도심에 생명 불어넣다

유한킴벌리·한화·SK에너지 등 대기업 이어

중소·벤처기업도 도시재생 활동 적극 참여

자투리땅에 나무 심고 옥상 녹화사업 나서

"개별기업 한계…컨소시엄 형태 활성화 필요"




시카고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밀레니엄 파크는 열차 기지와 관제센터 자리에 건립된 대규모 공원으로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자연 그대로의 정원과 공연이 이어지는 프리츠커 파빌리온, 스크린에 다양한 사람의 얼굴이 등장하는 대형 영상 분수 크라운 파운틴, 일명 '콩'이라고 불리는 클라우드 게이트 등을 관람하기 위해 한 해 수백만명이 찾고 있다.

이 시카고 명물은 지난 2004년 전에는 공장 이전에 따른 공동화 현상과 상업 지구로서의 위상 추락 등으로 주민들이 잇따라 떠나면서 도심의 흉물 그 자체였다. 하지만 1996년 당시 시카고 시장이 문화와 자연을 접목한 '밀레니엄 파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변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시 정부는 100만달러를 최소 기부금으로 산정해 후원 기업들을 대거 모집해 공원 조성비를 마련했다. 또 시민들은 운영 및 관리 주체로 역할을 분담했다.


추진 과정 중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현재 밀레니엄 파크는 매년 400만~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경제적 효과는 약 1억달러(1,080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미국의 관광 명소인 뉴욕 센트럴 파크 역시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를 통해 이뤄낸 성과다. 센트럴 파크는 기업 파트너십 제도를 활용해 운영 지원을 위한 기부, 교육 프로그램 및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 후원, 공공 프로그램 협찬, 자원봉사 등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연 5,000달러 이상 후원기업만 40개를 넘어선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기업과 시민이 힘을 모아 푸른 도시 만들기에 나서는 일이 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프로젝트와 SK에너지의 울산대공원 조성이 대표적이다. 특히 경제적 효과만 약 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울산대공원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문화가 정착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에 더해 각자의 역량을 바탕으로 도시 재생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소셜 벤처 트리플래닛은 시민들이 게임으로 가상의 나무를 키우면 실제로 땅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게임에서 가상 나무를 심을 때 필요한 태양·비료 등 각종 아이템에 기업의 로고나 이미지를 넣는 간접 광고로 기업들로부터 광고비를 받는다.

이 광고비 중 일정액은 나무 심기를 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에 기부한다. 지금까지 전세계 9개국에서 총 46개의 숲을 조성, 47만2,000그루를 심는 성과를 달성했다. 올해는 20여개 국가에 100개 숲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주요 기업들과 연계한 나무 심기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해 '한화 태양의 숲'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 고비사막 부근 마오쓰사막에 2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한국토요타자동차와는 4월 서울 광진구 어린이 대공원과 부산 해운대구 장산 성불사 부근에 '토요타 하이브리드 숲' 행사를 벌여 총 1,500그루를 식수했다.


프리미엄 복사용지 전문기업인 더블에이는 지난달 서울시 내 자투리땅을 찾아 8,000여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는 '자투리땅 초록으로 물들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 서포터즈 '칸나 원정대'와 시민들의 참여로 영등포구·마포구·강동구 등 총 서울시 14곳에 총 8,000여그루의 나무와 꽃을 심은 것. 마포구 고산2길 지역은 고령층 주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핸드레일을 설치했다. 쓰레기 무단 투기로 동네 미관을 해쳤던 자투리땅에는 꽃과 나무를 심고 벽화를 그렸다.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자투리땅은 436㎡의 넓은 부지였지만 쓸모없이 방치됐다가 720여그루의 나무를 심고 쉼터를 설치해 안락한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관련기사



연세대 동아리 인액터스의 프로젝트로 시작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에덴은 옥상·벽면 녹화 사업에 주력한다. 이를 통해 건물의 열효율을 높여 에너지 소모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공기 정화, 도시 미관 개선 등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와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사회공헌 분야를 넓혀나가고 있다.

서울 시내 대표적인 민간 주도 푸른숲 조성 행사인 '노을공원시민모임 100개숲 만들기'에도 알라딘커뮤니케이션·도레이첨단소재·범창페이퍼 등 중견·중소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도심 속 녹지 공간 창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중소기업 로보프린트는 '소규모 공동주택 디자인 고급화 지원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가 취약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외벽 도색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기 힘든 소규모 공동주택이 대상이다. 로보프린트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아트봇'을 이용해 아파트 외벽이나 일반 옹벽에 다양한 이미지를 도색해주고 있는 것.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 외벽에 실사 도색이 가능한 무인 원격제어 로봇을 활용해 수작업으로 힘든 실사 이미지를 마치 프린트하듯 벽면에 찍어낼 수 있다.

이 회사는 대구시와의 협력 아래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125세대 소규모 아파트에 아름다운 외벽 디자인을 제공했다. 박정규 로보프린트 대표는 "낙후된 아파트가 도시 미관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도시 미관 개선과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해 리디자인 작업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작은 기업이지만 최소한 매년 5개 단지 이상은 리디자인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벽화 그리기 활동도 도시에 '채움'의 미학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자동차는 용산구 남영역 주변 담벼락에 대학생, 복지관 직원들과 함께 벽화를 그렸다. 금호건설도 한강 18개 교각에 그림을 그리는 봉사활동을 했다.

이처럼 도심 속 녹지공간 창출과 미관개선에 나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앞으로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국민 1인당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은 7.95㎡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9㎡보다 적은 수준이다. 특히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서울 4㎡, 파리 13㎡, 뉴욕 23㎡, 런던 27㎡로 도심 속 녹지 공간 조성이 절실한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막론하고 친환경 예산 편성이 늘기는커녕 각종 이슈에 묻혀 오히려 줄어드는 실정이다. 일례로 산림청의 생활권 주변 숲 조성을 위한 자금 집행은 2009년 1,615억원이었지만 그 후로 매년 감소 추세를 기록하며 지난해는 995억원에 머물렀다.

오충현 동국대 교수는 "녹색 환경 제공이 정부 고유의 역할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기업 역시 이른바 '그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아야 할 시점"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개별 단위로 활동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미국 센트럴 파크처럼 컨소시엄 형태를 활성화해 도시 환경 개선 효과를 사회적으로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