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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이 미래의 전쟁 양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혁신적 전투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병력과 장비의 무인화ㆍ로봇화ㆍ네트워크화로 대변되는 미래전투체계(FCSㆍFuture Combat System)가 바로 그것. FCS는 무인화 및 로봇화된 군장비를 활용, 적군과 전장의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병력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한다. 오는 2015년 FCS가 도입되면 미 육군은 전장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며 전투를 수행하는 불패의 군대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2020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한 마을. 중무장한 탈레반 게릴라 100여명이 미군 소대 병력에 대한 기습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탈레반의 지휘관은 수적 우위에 따른 낙승을 예견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교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무인항공기와 소형무인지상차량, 그리고 스마트 지상센서 등의 도움을 받은 미군에 순식간에 제압당한 것. 골목에 몸을 숨긴 채 로켓포 공격을 준비하던 게릴라들도 이동식 무인미사일발사기를 활용한 미군의 원격 공격으로 방아쇠 한번 당겨보지 못하고 무력화됐다. 결국 미군은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1시간 만에 탈레반 전원을 소탕했다. 무인항공기·미사일발사기서
스마트 지상센서등 개발 박차
2015년부터 실전배치 계획
예상보다 2배나 많은 비용
핵심기술 개발 부진은 걸림돌 미래 전투 승리의 필승 카드
이는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미 육군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FCS 프로그램에 의해 6년 내 현실화될 실제 상황이다. FCS는 미 육군이 지난 2003년부터 군 첨단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전투 시스템이다. 현재 ▦유인전투장갑차량 8종 ▦무인로봇차량 3종 ▦스마트 지상센서 1세트 ▦무인항공기 ▦소형무인지상차량 ▦이동식 무인미사일발사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2015년 1개 여단을 시작으로 실전배치가 개시된다. FCS의 핵심은 무인항공기, 소형무인지상차량, 스마트 지상센서를 통해 전장의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이 정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해 병사 개개인이 실시간 공유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동식 무인미사일발사기 등 첨단무기와 병사 또한 무선 네트워크화된다. 이를 통해 전투에 나선 병사와 센서ㆍ첨단무기가 마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동하도록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다. 이 때문에 FCS를 구성하는 개별 장비들은 처음부터 일체화된 네트워킹을 전제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각 무기들이 제조사별로 독자 개발됐던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현재 FCS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록히드마틴ㆍ보잉 등 거대 방위산업체들을 포함해 총 896개. 이들은 각각 무기ㆍ로보틱스ㆍ무선통신ㆍ네트워킹 등의 분야에서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FCS를 위해 투자하는 자금은 무려 1,61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절반을 넘는 것이며 군사기술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 육군은 왜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FCS를 구현하려는 것일까. 이유는 명확하다. FCS가 미래 전쟁의 승리를 담보할 필승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패
미 육군은 FCS가 도입되면 전투 양상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1개 중대가 수㎢ 넓이의 시가지에 흩어져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라면 병사들은 자신의 시선이 닿는 주변 상황만을 인지하는 데 그친다. 각 병사들이 취합한 정보는 지휘관에게만 집중된다. 무인항공기나 소형무인지상차량이 보낸 정보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지휘관 한 사람의 판단에 전투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으며 승리를 해도 상당한 인명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높다. 하지만 FCS하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지휘관은 물론 각 병사들도 통합전술무선시스템(JTRS)이라고 불리는 무선 네트워크 송수신 장치로 무인항공기 등이 촬영한 이미지를 보며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고 전체 전장을 모니터할 수 있다. 언제든 지휘소 및 아군 병사들과 정보를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 또 전장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 지상센서는 총소리와 지면의 진동, 공기 중의 화학물질을 탐지해 적군 및 적 전차의 출현은 물론 생물학무기 사용 징후를 병사들에게 즉각 알려준다. 이 때문에 모든 병사들은 전장의 혼란 속에서도 정확히 표적을 식별하고 전체 전장 상황에 대한 인식 능력이 높아져 공격력과 방어력을 배가할 수 있다. 위험상황에 처했거나 기갑부대처럼 제압이 힘든 목표물이 출현해도 문제없다. 무선 네트워크 송수신 장치로 타깃의 좌표를 입력, 수십㎞ 밖에 있는 아군 자주포의 포격을 유도하거나 이동식 무인미사일발사기를 작동시켜 타격하면 된다. 도박을 할 때 상대 패를 알면 돈을 잃을 염려가 없듯 적군과 전장의 상황을 꿰뚫어보며 첨단 정밀무기로 무장한 FCS 부대가 패전의 멍에를 안게 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다. 모습 드러낸 첨단 장비
실전 배치 6년을 앞둔 현재 FCS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이미 FCS를 구성할 다수 군사 장비들이 개발된 상태이며 미 육군은 1,000명으로 구성된 시범여단으로 이 장비들을 테스트하고 있다. 먼저 하니웰이 개발한 소형 무인항공기 '블록 0'는 전장의 정보수집기로서 FCS의 주축이 될 장비로 꼽힌다. 기존 무인항공기와 달리 블록 0는 헬리콥터 형태의 회전날개를 채용, 수직이착륙과 정지비행이 가능하다. 비행고도 역시 3~60m에 달해 좁은 골목을 비행하며 창문 속을 엿볼 수도, 전장의 상공에 띄워 전투지역 전체의 영상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넷파이어사가 개발한 이동식 무인미사일발사기 'NLOS-LS'도 핵심 전력이다. 이동이 가능한 일종의 다연장 로켓포로 위성항법장치(GPS) 정밀 유도 미사일이 탑재돼 있는데 병사들이 목표물의 좌표를 입력, 원격 발사할 수 있다. 특히 이 미사일은 진행방향을 90도로 꺾을 수 있고 발사 이후에도 좌표 수정이 가능해 좁은 골목길 사이에서 이동하고 있는 목표물도 정확히 찾아 타격한다. 오폭에 따른 민간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공개된 BAE시스템스의 2인승 차세대 155㎜ 자주포 'NLOS-C' 역시 FCS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포탄장전 등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돼 있어 목표물의 좌표를 받은 후 30초 내에 초탄을 쏠 수 있고 분당 6발에 달하는 빠른 발사속도가 최대 강점. 이는 동일구경의 M-109 팔라딘 자주포보다 세 배나 빠른 것이다. 포탄 또한 GPS로 유도되는 엑스캘리버를 채용, 치고 빠지는데 능한 게릴라와 전투에서 최적의 효용성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FCS를 위협하는 현실적 문제
FCS의 앞날이 온통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아직도 FCS의 현실성에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관련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 실제 FCS의 예산은 2003년에 비해 45%나 늘어났다. 미 국방부는 FCS를 계속 추진할 경우 2015년까지 미 육군의 예상보다 두 배나 많은 2,340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일 이 예상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비판론자들의 거센 공세로 미 정부도 FCS 추진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군사전문가들은 또 예산 규모나 도입 스케줄에 비해 FCS의 핵심기술 개발이 미진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지난해 3월 미 회계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FCS에서 검증해야 할 핵심기술 44개 중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단 2개뿐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네트워크 통합기술 개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 현재 이 분야는 보잉이 주도하고 있는데 JTRS를 활용한다는 정도 외에는 손에 잡히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15년까지 JTRS가 개발되더라도 동영상이 아닌 사진만 송수신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 이른 시일 내에는 JTRS에 동영상 전송이 가능할 만큼 고(高)대역폭의 전파송수신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무리 좋은 무기와 장비들이 개발되더라도 이를 제대로 네트워킹하지 못한다면 FCS 자체가 허울 좋은 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미 육군과 FCS 참여 기업들도 이를 알고 있어 올 여름에 진행될 미 국방부 조달위원회의 사업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FCS가 원래 계획대로 추진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