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한성자동차 영업 1팀 과장<br> '입영열차…' 등 10주연속 가요 1위 그해 여름 입대…재기 노력 물거품<br>차닦고 바닥 껌 떼며 신입사원 경험<br>새벽 2시 퇴근 3월 한달 10억 계약
| 김민우 과장은 "갑자기 영업왕이라고들 하니 부끄럽다" 며 "영업인으로 사는 전직 유명인의 모습을 좋게 봐주는 분들에게 고맙다" 고 말했다. 먼 훗날, 지금과는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 수입차 사업을 해보는 게 김 과장의 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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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대단한 가수였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봄,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가수가 데뷔곡 ‘사랑일뿐야’와 후속곡 ‘입영열차 안에서’로 순식간에 가요계를 평정했다. 당시 KBS 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가요톱10’에서 두 곡이 연달아 5주씩, 모두 10주 동안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그리고 그 해 여름, 눈물을 펑펑 쏟으며 군입대 고별 방송을 한 뒤부터 이 가수는 잊혀지기 시작했다. 재기를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대중은 한 번 잊혀진 가수를 다시 기억하지 않았다.
가수 김민우(37). 이제 ‘전직 가수’ 김민우라고 하는 게 맞다. ‘현재는 김민우 한성자동차 반포전시장 영업1팀 과장’이 공식 직함. 2004년 수입차 영업 사원으로 변신한 김 과장은 지난 3월 사내 판매왕을 차지하면서 다시 한번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화려한 인기인 생활을 뒤로하고 오로지 성적으로만 말해야 하는 영업의 세계에서 작은 성공을 거둬가는 중이다.
-도대체 몇 대를 팔았길래 월간 판매왕을 차지했나요.
“3월 한 달 간 8대 계약했어요. 금액으로는 10억 원이 넘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국 판매사인 한성자동차 200여 명 딜러 중 1위입니다. 지난해 12월 한성으로 옮긴 뒤(전 직장은 재규어 판매사) 3달 만에 이룬 성과라 기분 좋아요.”
-어때요? 벤츠라면 한두푼하는 차도 아닌데 8대나 팔기가 어렵지 않았습니까.
“3월 첫 계약 때 일입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경력사원 교육을 받을 때였는데 서울 노원구에 상담이 잡혔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 지하철로 노원역에 가니 밤 11시가 되더군요. 까다로운 고객이었지만 정성을 인정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벤츠가 어디 보통 물건입니까. 비싼 만큼 팔기도 어렵다는 거죠. 한성은 영업사원 기본급이 없어요. 100% 성과급제라 한 대도 못팔면 급여가 한 푼도 없죠. 치열하게 승부해야만 합니다.”
김 과장의 일정은 숨가쁠 정도로 빡빡하다. 늘 시간과 사람에 치인다. 아침 8시 20분에 출근해서 회의를 마친 뒤 스케줄에 따라 사람을 만나고 저녁 술약속까지 소화하다보니 새벽 2시가 평균 퇴근 시간이다.
-영업사원 생활이 힘들지는 않습니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만나는 것보다 약속을 만들어 내는 게 더 힘들어요. 하루에 3팀을 만나고, 한 달에 새로운 손님을 20명 만나는 게 목표입니다. 낮에 만나는 고객은 현재의 손님이고, 저녁에 만나는 고객은 미래의 손님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약속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한 달 휴대폰 요금은 평균 60만 원 정도 씁니다.”
-자신만의 영업 비결을 살짝 공개해주세요.
“친한 친구한테도 ‘나 벤츠 다니니까 한 번 보자’고 하면 피하는 수가 있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되, 먼저 자동차 얘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구입을 최종적으로 고민하는 고객에게도 두 번 이상은 권하지 않아요.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거죠. 모든 걸 투자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영업하고 있습니다.”
김 과장은 가수 시절 온갖 쓴맛을 봤다. 방위병 복무중 발표한 2집이 실패했고, 92년 전역 후 3집을 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발라드의 암흑기가 찾아왔다. 최고의 위치와 최악의 성적, 어린 나이에 너무나 많은 것을 겪었다.
-수입차 영업을 시작하기 전엔 어떻게 지냈습니까.
“록밴드를 결성했다가 실패하고 전재산을 털어 녹음실을 차렸는데 건물에 불이 나기도 했어요. 97년엔 빚을 내 150평 짜리 레스토랑을 차렸다가 망했습니다. 98년에 발표한 4집이 마지막 앨범입니다. 그 후 콘서트도 하고 미사리서 노래도 하면서 빚을 다 갚았어요.”
-수입차 영업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4년 지인을 통해 재규어 수입사 사장을 만났어요.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보름 뒤 긴 머리를 자른 뒤 넥타이를 맨 채 입사서류를 들고 면접장에 가는데 한없이 착잡했어요. 전시장서 차 닦고, 바닥 껌 떼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신입사원이었으니까.”
김 과장은 스스로에 대해 “포기도 빠르고 결심도 빠른 편”이라고 했다. “가수 생활이 안 풀릴 때도 좌절보다는 희망을 안고 살았고,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본다”고도 했다.
유명인 중 전직 탤런트 겸 가수 황치훈과 육상인 임춘애가 수입차 영업을 했었지만, 지금은 모두 그만 둔 상태. 현재는 유명인 출신 딜러는 김 과장이 유일하다. 직장인으로서 김 과장의 목표는 ‘많은 사람을 만나서 많이 배우는 것’이다. 몇 대를 팔겠다는 식의 꿈이 아니다. 취미로라면 모를까, 다시 음악을 할 생각은 없다.
“지금의 김민우라는 석 자(字)는 벤츠라는 이름보다 작지요. 그러나 언젠가는 김민우라는 이름이 벤츠의 브랜드 가치를 넘어설 것입니다. 열심히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