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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사모펀드 '부채투자' 새바람

신경섭 삼정KPMG 재무자문 대표

최근 사모펀드의 본고장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이 전통적인 에쿼티(equity)뿐만 아니라 부채(debt) 등 다양한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실물자산에 투자할 때 세 가지 종류의 자금이 투입되는데 에쿼티·메자닌·부채가 그것이다. 후자로 갈수록 수익률은 낮아지지만 안정성은 높다. 즉 투자자금이 회수되면 부채 투자자에게 가장 먼저 상환을 하고 잔액을 메자닌 투자자, 에쿼티 투자자의 순으로 나눠준다. 따라서 부채투자는 보수적인 은행들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사모펀드들이 참여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시장상황에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부채 투자자인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경영 실패를 겪고 정부로부터 대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은 흔히 말하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대출 축소)을 통해 기존 부채투자를 급속히 회수하고 신규 부채투자는 매우 보수적으로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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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기업들이다. 평상시 저리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던 회사가 이제는 높은 금리를 주더라도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즉 기업대출 시장의 수급이 깨진 것으로 모건스탠리의 자료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의 디레버리징 규모는 1조~1조2,00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상황에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이 사모펀드의 운용자들이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에쿼티 투자자였지만 절름발이가 된 대형 은행을 대신해 부채에 투자할 경우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기관투자가들을 설득해 자금을 모집한 사모펀드들은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이들은 기업들에 새로운 대출을 해주거나,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인수금융을 제공하거나, 은행들이 보유한 기존 대출자산을 인수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이처럼 사모펀드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이들을 PEF(Private Equity Fund)가 아닌 사모대출펀드(PDF·Private Debt Fund)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사모펀드의 PDF 투자는 연 기준으로 약 8% 내외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또 일부 사모펀드들은 호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진출해 연 12%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저금리 기조를 생각한다면 매력적인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국내의 기관투자가들도 PDF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할 경우 해외 PDF에 참여할 수 있다. 해외 소재 펀드에 직접 가입하거나 국내 자산운용사가 설정하는 신탁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공모펀드들과는 달리 환매가 제한적이고 비교적 장기투자를 해야 하므로 이를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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