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해고 전문가의 '떠도는 삶' 그려

'인 디 에어'


"배낭을 맸다고 상상하세요. 가진 걸 모두 넣으세요. 선반과 서랍 속의 물건들부터 옷, 전자기기, 소파와 침대, 차와 집도 넣어요. 이제 걸어보세요. 힘들죠? 이런 게 일상이죠. 못 움직일 정도로 짐을 넣고 걸어가는 게 삶이랍니다" 라이언 빙헴(조지 클루니)은 배낭을 메지 않고 산다. 1년에 322일을 '하늘에 떠 있기'(in the airㆍ인 디 에어) 때문에 그는 일상에 필요한 물건을 넣은 배낭과 가족ㆍ친구들이 들어있는 인간관계의 배낭까지 버렸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질 필요 없는 자신의 삶이 그는 만족스럽다. 그의 직업은 '해고 전문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모두가 꺼리는 해고 통보를 대신 해준다. '잘렸다'는 말을 빙 둘러 말하는 그의 '품위 있는' 해고 방식에 상관없이 어떤 이는 울고, 어떤 이는 욕을 하고, 또 다른 이는 좌절한다. 이렇듯 다른 사람 인생의 '끈'을 자르며 살아온 그에게 어느 날 두 명의 '끈'이 다가온다. 온라인 해고 시스템을 개발한 신입사원 나탈리(안나 켄드릭)와 자신을 꼭 닮은 '여자 라이언', 알렉스(베라 파미가)가 그들. 라이언은 나탈리를 통해 자신의 일을, 알렉스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기 시작한다. 영화는 '해고'라는 또 하나의 '사형선고'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시종일관 유머러스함이 흐르지만 그 소재의 무거움 때문에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기획 단계부터 주인공에 조지 클루니를 염두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라이언 빙헴의 삶은 클루니의 실제 모습과 겹쳐진다. 무심하면서도 인간적인 빙헴의 모습을 그려낸 그는 이 작품으로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데 이어 아카데미에도 노미네이트 됐다. 또 함께 출연한 '트와일라잇'의 안나 켄드릭과 '디파티드'의 베라 파미가의 호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고, 실제 해고자들이 직접 출연해 해고 상황을 재연하고 O.S.T 주제가도 만들어 사실감을 더했다. 무거운 배낭을 매야 하고, 힘든 사형선고의 연속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할 때, 우리는 빙헴처럼 아예 모든 것을 벗어버려야 맞는걸까. 영화는 하늘을 떠도는 중년의 남성을 통해'어딜' 가느냐보다 '어떻게'가느냐의 중요성을 고찰한다.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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