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통상임금 가이드라인 후폭풍] 민노총 "정부 지침 거부" … 꼬이는 노정

'바로잡기 투쟁' 선언으로 임금체계 개편 등 차질 우려

한국노총도 내주초 대응지침


노동계가 정부의 통상임금 지침을 거부하며 투쟁의 고삐를 더욱 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정 합의가 시급한 현안들이 많은 가운데 노정관계가 자꾸만 꼬여가면서 혼란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에서 정부의 통상임금 지침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먼저 말문을 연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통상임금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일방적인 규범으로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며 "지금의 이 사태를 만든 고용노동부가 사과나 반성 없이 사용자에 편향된 기준을 다시 내보인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부 지침을 거부한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관련 판결과 관련해 각 사업장에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별도의 지침을 만들어 다음달 중순께 산하 조직에 뿌리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통상임금을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2월25일 총파업에 이어 통상임금 정상화, 체불임금 지급,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을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6~7월 임단협 시기 집중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대 노총의 다른 축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역시 강경한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기업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용부의 통상임금 지침을 폐기하라"고 촉구하며 한국노총 산하조직에 정부 통상임금 지침에 대한 대응 지침을 다음주 초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 편향적인 반노동 정책이 계속되면 노사정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22일 한국노총위원장 선거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동만씨가 새로 당선되며 가뜩이나 노정관계에 그림자가 짙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통상임금 지침이 노동계를 제대로 자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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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고용부는 본격적인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해 노사 간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자 이번 지침을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노동계가 거부하면서 노정관계만 나빠지게 됐다. 이로써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정 합의가 시급한 현안들은 갈피를 못 잡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장시간 근로 개선, 정년 연장,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등 노동 현안들은 노정 대화 단절로 발이 묶여 있다. 특히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작업이 지연될수록 전국 각 사업장에서 진행될 임금단체협약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고 궁극적으로 그 피해가 근로자들에게도 돌아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정부의 통상임금 지침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상여금 지급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주는 경우 고정성이 없으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라는 지침은 과도한 일반화라는 입장이다. 신 법률원장은 "1981년 대법원 판결에서 정기적으로 액수가 확정된 상여금은 임금의 성질을 띠므로 지급일보다 먼저 퇴직한 근로자도 근무기간의 상여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며 "설·추석 상여금이나 여름 휴가비 같은 복리후생 성격이 높은 수당에만 재직자 지급 기준을 들어 통상임금에서 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18일 대법원 판결 이후 새로운 노사 합의가 없는 이상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신의칙을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한 것"이라며 "신의칙을 적용할지는 고용부가 아닌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노사의 유·불리를 떠나서 전합 판결의 법리와 취지를 최대한 충실하게 반영해 지침에 담았다"며 "노사가 통상임금을 신속히 정비하도록 지도·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송 등 다툼보다는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도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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