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증시 퇴출제도 완화 불가"
법원이 일부 상장폐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증권거래소가 전반적인 제도 완화를 검토중인 가운데 금융감독 당국이 현행제도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당국은 특히 퇴출사건을 다룰 법원의 본안소송 과정에서 이같은 입장을 적극 개진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4일 "2003년 1월부터 증시 퇴출요건을 강화한 것은 시장의 건전성, 투명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퇴출을 완화할 경우 시장이 추구해야 할 방향과 원칙이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화의나 법정관리 개시 직후 퇴출시키면 기업의 공모나 유상증자가 불가능해지고 주식의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있으나 공모나 유상증자는 증권시장이 아닌 제3자를 대상으로 장외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기업이 퇴출되지 않더라도 화의나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공모나 유상증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지는게 현실인 만큼 퇴출요건을 완화해야 할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화의나 법정관리로 인해 증시에서 즉시 퇴출되더라도 기업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퇴출요건을 완화하게 되면 작전세력이 개입하게 되거나 함량미달인 비상장기업들의 `우회등록(백 도어 리스팅)' 대상이 돼시장을 교란시키는 부작용마저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일 상장사 지누스가 화의절차 신청만으로 퇴출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증권거래소도 퇴출제도의 급격한 강화와 보완장치의 미비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등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고 판단해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고위 관계자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퇴출제도의 위헌및 위법 가능성을 최초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가처분 신청사건에 이어 본안소송이 남아 있는 만큼 적어도 본안소송에 대한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올 때까지 현행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계기로 시장측에서 퇴출요건 완화를 검토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시장은 제도개선에 앞서 금감원 및 금감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심도있는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의 간부는 "화의나 법정관리 직후 퇴출시키게 되면 소액주주들이 난데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으나 시장의 투명성을 유지하려면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입력시간 : 2004-06-04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