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장여건 성숙… 금융개혁 매듭 의지

■ 은행 민영화 3~4년내 완료경영상태 호전에 "공적자금 회수 가능" 판단 정부가 발표한 은행민영화 원칙과 일정은 외환위기 이후 줄기차게 추진해온 금융구조조정을 건설적으로 마무리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던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25일 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확정된 민영화 방안에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이 포함돼 있는 것도 정부가 은행 민영화를 통한 구조조정의 진척을 얼마나 중시하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가 스스로 못박은 시한에 매달릴 경우 주식 공급물량 과다에 따른 증시 교란이 우려되고 외국계 금융회사와의 전략적 협상이 꼬일 경우 또다시 헐값매각 시비 등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시장 전체의 균형을 유지시킬 수 있는 신중하고 정교한 정책조합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은행민영화 일정 확정 배경 정부는 원래 국제통화기금(IMF)와 오는 7월부터 은행민영화 작업을 본격화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일정을 앞당겨 은행민영화를 추진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예상보다 빠르게 여건이 성숙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부실덩어리였던 은행들의 경영상태가 그동안 자산클린화, 기능통합 등에 힘입어 크게 호전되고 있다. 지난 98년 무려 20조7,000억원의 적자를 보였던 은행들의 당기순익은 지난해 5조2,00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호전으로 주가도 상승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조흥은행 주가의 경우 지난해 9월 1,700원까지 내려갔으나 이달 10일 6,450원으로 4개월 만에 네배 가까이 급등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신용등급도 한단계씩 올라가 상품성을 높여놓았다. 공적자금 회수에 대해 정부가 받고 있는 적잖은 압박도 은행민영화를 서두르게 된 중요한 이유다. 올 지방자치단체장, 대통령선거 등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중압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2006년까지 은행민영화 완료 은행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행보는 이달 말 조흥은행의 해외 로드쇼부터 시작된다. 이어 오는 3~4월에는 조흥은행 해외 주식예탁증서(DR)가 발행될 예정이고 곧이어 우리금융지주회사가 공모절차를 거쳐 증시에 상장된다. 서울은행과 제주은행의 매각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며 내년에도 우리금융의 뉴욕증시 상장, 해외DR 발행 등 바쁜 일정이 잡혀 있다. 정부는 시장충격 최소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범위 내에서 갖고 있는 은행지분을 앞으로 3~4년 내에 모두 내다팔 계획이다. 매각방법은 ▲ 전략적 투자자에 매각 ▲ 공모 ▲ DR발행 ▲ 기관투자가에 장외매각 ▦교환사채 발행 ▲ 선택형 교환사채(일명 오페라본드)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이 활용된다. ◆ 계획대로 잘 될까 정부는 1년 넘게 민영화 방안을 갈고 다듬었지만 은행의 부실누적과 주식시장 침체로 진척이 없었다. 다행히 부실 청소가 어느 정도 됐고 주식시장도 상승기조를 띠는 등 여건이 성숙돼 이번 민영화 방안이 나왔다. 그러나 걸림돌은 남아 있다. 단기적으로는 하이닉스반도체 등 부실기업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민영화 여건은 다시 암울해진다. 서울은행의 경우에는 우량은행들이 여전히 합병을 꺼리고 기업컨소시엄으로의 매각방안 또한 녹록지 않다.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이어갈지도 변수다. 자칫 주식시장에 물량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지난해 발행된 하이닉스반도체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주식발행이 늘어나면 주식시장의 수급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있는 것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여론에 영합해 공적자금 회수에만 급급할 경우 은행의 진정한 책임ㆍ자율 경영을 보장하지 못하고 주인찾기도 힘들어진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 소장은 "단순히 정부 지분을 매각하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은행의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민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동석기자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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