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또 영화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노인에 대한 인식을 '독거노인ㆍ노인자살' 등 부정적인 관점에서 '또 하나의 삶'이라는 긍정적인 쪽으로 바꾸고 있다.
노인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지난 9월30일~10월2일 개최된 제6회 서울노인영화제에 출품된 영화가 140편에 이른 데서 드러난다. 2008년 1회 때 36편에 그친 편수가 5년 만에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는 영화를 만드는 노인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들 영화는 노인들의 삶에 대한 솔직담백한 표현으로 인기를 끌었다.
노인 대상 영화 만들기 강좌를 여는 공공기관에는 희망자들이 몰리고 있다. 노인복지 차원의 사업이 영화의 저변확대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전용영화관도 확산되고 있다. 올해까지 서울에 3곳이 생겼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문을 연 노인 대상 부정기 상영관도 40여곳에 이른다.
이렇게 노인들이 영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선 노인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매체를 원하기 때문이다. 수명 100세시대에 60~70세의 '젊은 어르신'들이 늘어나면서 자기 의사표현에 적극적이 됐다. 또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등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영상매체라는 효율적인 도구에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고 여기에다 정부와 지자체가 노인복지 차원에서 영화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일조하고 있다. 노인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주요 지자체 가운데 영화수업이 없는 곳이 드물다.
다만 여전히 지자체 사업이 단순한 치적 중심인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교육보다는 반짝 행사에 치중한다는 점이다. 비싼 장비 등 교육비용 조달 문제도 문제다.
이해욱 우송대 교수는 "지자체는 단순히 옛날 영화를 상영하면서 노인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며 "실질적으로 노인들이 영화를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