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수니파 VS 시아파… 재스민 시위, 이슬람교 종파 분쟁으로 번지나

聖戰등 주장 극단적 시아파 바레인 반정부 시위 이끌어<br>수니파 수장國사우디서도 간헐적 시위등 봉기 움직임<br>자칫 아랍권 민주화 운동이 종교 갈등으로 변질 우려도


"수천 년 동안 발생하지 않았던 민주화 바람은 이제 아랍권 갈등의 뿌리를 흔드는 이슬람의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30년 권좌에서 물러난 지난달 12일 아랍권 전문가인 왈리드 카지하 카이로아메리칸 대학 교수는 이렇게 예측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시위의 불길이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작은 나라 바레인으로 옮겨 붙으면서 그의 예측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슬람교의 두 계파인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1,300여 년에 걸친 오랜 앙금이 밑바탕이 된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는 단순한 이슬람 민주화 운동에서 벗어나 뿌리 깊은 종교 계파간 분쟁의 양상을 띠기 시작하며 이슬람 국가들은 물론 중동을 바라보는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인구 100만명도 채 안 되는 바레인에서의 반정부 시위사태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바레인 시위대가 외치는 '반정부'가 '반(反) 수니파'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구 100만 명에도 못 미치는 바레인은 소수의 시아파가 국민의 70%에 달하는 다수의 시아파를 통치하는 국가다.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을 주축으로 한 수니파 왕족 일가의 오랜 통치로 인한 차별 정책과 정치부패 등으로 바레인 정부와 군, 재계는 대부분 소수의 수니파가 장악을 하고 있는 반면 대다수 시아파는 낮은 생활수준과 출세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바레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민생 해결과 신헌법 제정 등 정치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위의 밑바탕에 흐르는 근본적인 문제는 오랜 차별에 시달려 온 시아파의 해묵은 분노, 나아가 수니파와 시아파간에 곪을 대로 곪은 대립관계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바레인 시위사태의 배후에는 중동의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바레인 시위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것은 이웃 나라이자 수니파 국가의 수장격인 사우디아라비아다. 반정부 시위로 바레인의 수니파 정부가 전복될 경우 사우디 내의 소수 시아파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것도 이 점이다. 바레인에서 촉발된 수니-시아파간 갈등이 사우디로 번지면서 중동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의 친미 정권을 위협할 경우 서구 중동정책과 국제 석유시장이 격랑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아킬레스건은 바레인과 인접한 동부 지방이다. 시아파의 주요 거주지이기도 한 동부는 사우디 석유의 90%가 매장돼 있는 지역이다. 사우디 동부에 거주하는 300여만명의 인구가 대부분 시아파로 추정되는 가운데 인접국인 바레인의 시위의 불길이 급속도로 번져오거나 만에 하나 바레인이 시아파 국가로 바뀔 경우 사우디 경제는 물론 국제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은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에 하나 사우디 동부에 매장된 원유가 시아파의 영향권에 놓이게 될 경우 중동의 3대 산유국인 사우디, 이라크, 이란의 주요 유전은 모두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추종하는 반미성향의 시아파가 장악하게 된다. 앞서 지난 90년대에 바레인에서 시아파의 반정부 운동이 벌어졌을 때 사우디가 치안부대를 파견해 시위 진압을 지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바레인 시위에서 사우디 보안군이 바레인 거리에 배치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이미 사우디에서도 시아파 봉기의 조짐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레인과의 교류가 잦은 사우디 동부에서는 이미 시아파들의 시위가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절대적인 권력이 통치하는 사우디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반정부 시위 소식에 서구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상에서는 오는 3월11일을 '분노의 날'로 지정하고 대대적 반정부 시위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바레인과 마찬가지로 그 동안 차별 대우를 받아 왔던 시아파의 권리 보장과 자유를 주장하는 이번 금요 시위에는 약 2만 명이 집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사태가 종교 분파간 갈등으로 비화하기 시작하자 사우디의 종교 지도자들도 전면에 나섰다. 사우디 최고성직자위원회는 지난 6일 "시위는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고 개혁 요구 동참은 신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라며 "개혁과 조언은 시위나 갈등ㆍ분열을 조장하는 방법을 통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서를 내놨다. 수니ㆍ시아파 간 대립이 불거진 것은 이 두 나라뿐이 아니다. 레바논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지지자 나지브 미카티가 새 총리에 임명되면서 수니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또 하나의 종교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슬람'은 아랍어로 '복종'을 뜻한다. 이슬람에 뿌리 둔 이들은 현재 정치지도자에게 '복종'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튀지니 '재스민혁명'의 향기를 맡은 아랍 국민들이 현 정권에 반발하기 시작하면서 시위는 아랍권 전반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재스민의 향기가 민주화의 꽃을 피울 지 걷잡을 수 없는 종파 분쟁으로 번질 지, 국제사회는 불안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수니파·시아파란 이슬람교는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 2개의 종파로 나뉜다. 수니파는 무슬림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반면 시아파는 10%에 불과하다. 무슬림들이 수니파와 시아파로 분리된 것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사망한 후 후계자를 세우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 수니파는 무함마드 사망 이후 선거를 통해 선출된 칼리프들을 후계자로 간주한 반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동생이자 사위인 알리를 적임자로 내세웠다. 이후 수니파는 무함마드와 칼리프, 코란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 반면 시아파는 알리만을 진정한 후계자로 인정했다. 시아파는 알리의 후손들을 최고 종교지도자인 '이맘'이라 칭하며 이들을 무함마드와 버금가는 존재로 여긴다. 수니파는 유일신 고백, 예배, 헌금, 라마단 중 금식, 성지순례 등 '5개의 기둥'이라 불리는 의무를 지지만 시아파는 여기에 지하드(성전)를 추가한다. 시아파가 과격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이란, 이라크, 바레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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