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 영웅전] 패는 이겼으나
제12보(136~184)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이세돌은 백36으로 받아 주었다. 상대방이 손해팻감을 쓰면 무조건 다 받아먹는다는 배짱의 수순이었다. 그리고 좌하귀를 38로 두는 최후의 팻감을 썼다. 더이상 팻감이 없는 이창호는 좌하귀의 백을 살려 줄 수밖에 없었다.
패는 이창호가 이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흑은 너무도 큰 출혈을 했다. 무수한 손해팻감을 썼으며 공략 목표였던 좌하귀의 백대마도 잡지 못했다. 더구나 그 모든 과정이 너무도 참담하고 수치스러운 것이었다.
이창호는 심리적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최근 2년 동안 이세돌에게 7연승을 거둔 이창호였다. 조용히 참고 기다리면 이세돌은 혼자 날뛰다가 제풀에 넘어져 주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가공의 펀치력으로 자기를 압도했다.
‘이 녀석이 많이 컸군.’
이창호는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백68은 약간 손해. 참고도1의 백1, 3으로 정비하는 것이 훨씬 깔끔했다. 흑79는 불필요한 수순. 참고도2의 흑1로 젖혀 보는 것이 마지막 승부처였다. 이 코스라면 백도 다소 신경이 쓰이는 바둑이었다.
“하지만 이 코스가 흑에게 유망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이렇게라도 두어야 승부의 긴장이 계속될 수 있었을 거라는 얘기지요.”(원성진)
백82가 놓여서는 이 방면의 시빗거리도 사라지고 말았다. 실전은 3백수까지 진행되었으나 종반의 수순은 생략한다.(39…37의 아래. 40…좌하귀 살림)
184수이하줄임 백4집반승.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