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월가가 보는 한국경제

손성원 LA한미은행장

최근 한국 경제와 관련된 일련의 좋은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며 지난 2년간 이어진 소비지출 감소세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기업경기실사지수도 10여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면서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의 산업생산이 늘어나고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한 것도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월가는 아직 한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확신하지 않고 있다. 좀더 두고 보자는 태도다. 월가가 대다수 한국 사람들과 달리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내수시장에 대한 전망은 아직 한국 경제의 본격 회복을 뒷받침할 정도로 긍정적이지 않다. 도매 및 소매판매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지출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하지 않으면 큰 폭의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록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해 내내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고소득자들의 소비자기대지수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불고 있는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바닥을 쳤는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무엇보다 지속되고 있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소비자와 기업들의 자신감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오는 4월 재보선에서 의회 과반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업들이 지지하는 주요 정책들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열린우리당이 주요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 좌파성향이 강한 민주노동당과 연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와 자유무역에 대한 한국 정부의 양면적인 태도도 외국 투자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대목이다. 한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도 경제성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하다. 정부의 뉴딜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한국 경제가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뉴딜정책의 규모는 이 정도로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진다면 뉴딜정책의 규모는 적어도 두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도 경제에 의미 있는 정도의 자극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가격 상승도 한국 경제에 또 다른 걱정거리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고성장이 원자재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투기세력들이 상품시장에 몰려들고 있는 점도 원자재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 약달러로 인해 원자재가격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다소 완화되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재가격 상승은 한국 경제에 계속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일본ㆍ중국의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한국 경제의 회복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금리상승과 유가상승이 맞물려 미국ㆍ일본ㆍ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한국 원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원화강세로 한국 기업들의 수출가격이 상승하고 대다수 중소수출업체들의 경우 마진이 상당폭 줄어들게 된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중요한 점은 한국의 경제 상황이 개선 중이라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춰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월가의 투자자들은 이 같은 낙관론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이 추가로 쏟아져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 보다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한국 주식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마저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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