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사내유보금 과세 뜨거운 감자] 업무용 부동산 범위… 고민 깊어지는 정부

공장용지만 투자 인정땐 건설·유통사 등 세폭탄<br>범위 지나치게 넓혀주면 정책 취지 제대로 못살려<br>5년 내 착공이냐 1년이냐 보유기간도 초미관심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담은 법인세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비과세되는 업무용 부동산 범위 등이 어떻게 결론 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한국전력 본사부지를 매입한 현대차 그룹에 세금폭탄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진은 한국전력 본사부지 전경. /서울경제DB

사내유보금 과세 관련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짜고 있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핵심은 업무용 부동산의 범위와 보유기간으로 압축된다. 정부는 당초 설비투자 목적으로 사둔 부동산취득만 투자행위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원칙대로 간다면 사옥을 짓기 위해 한전부지를 매입한 현대차그룹이나 건설사·유통기업이 과도한 세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업무용 부동산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해주면 정책 취지와 달리 부동산이 유보금 과세 회피수단으로 전락할 것을 재정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14일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이 담긴 법인세 개정안 시행령을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옥용·아파트부지 취득은 '투자' 범위 제외되나=가장 큰 쟁점은 업무용 부동산의 범위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투자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부가가치 창출"이라며 "생산 설비를 짓기 위해 매입한 토지 이외에는 투자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장 신·증설을 위해 매입한 부동산 이외에 사옥용·아파트건설용 부지 취득 금액은 사내 유보금으로 간주해 과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관련기사



정부가 이처럼 업무용 부동산의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것은 부진한 기업의 투자를 늘려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선순환을 유도하겠다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겠다는 취지에서다.

문제는 이럴 경우 땅이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건설업이나 유통기업의 과도한 세금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기재부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다. 건설사는 토지를 매입한 후 일정 기간 인허가 절차를 거친 후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아파트를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토지로 사업을 하는 주택업체 입장에서는 부지 매입을 투자로 보지 않은 것은 주택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한전부지를 매입한 현대차 그룹은 정책 향배에 비상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하반기까지 10조5,500억원에 이르는 한전 부지 매입대금을 지급한 뒤 소유권을 넘겨받게 된다. 사옥용으로 사들인 부지가 사내유보금으로 분류되면 '세금폭탄'을 피할 길이 없다. 물류시설을 보유한 유통업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재계서열 5위인 롯데그룹의 경우 2013년 말 기준 보유 부동산이 10조7,770억원으로 삼성(11조7,280억원)과 현대차그룹(12조6,180억원)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업무용 부동산 보유기간도 논란=투자로 인정받아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업무용 부동산의 보유 기간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행 법인세법은 취득일로부터 5년 안에 착공에 들어가야 업무용 부동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기업소득 환류 세제가 3년 한시법인 만큼 정부는 매입 이후 1년 내에 착공하는 경우에만 투자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착공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주택법과 건축법상의 착공은 '사업계획 승인' 과 '건축허가'를 기준으로 하지만 법인세법상 착공은 실제 공사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만약 현행 법인세법상 착공 개념을 그대로 유보금과세에 적용한다면 건축허가를 받아 실제 공사에 들어갔는지 여부가 과세 기준이다. 현대차그룹이 설령 한전부지에 연구개발(R&D) 시설 등을 설계에 반영해 업무용 부동산으로 인정받는다 해도 시행령상 정해진 기간 안에 착공 등 구체적인 행위에 들어가지 않으면 투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형 빌딩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건축허가를 받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탓에 3년 한시과세인 유보금 과세에 기존의 세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1년 내 건축허가 신청을 비과세 대상으로 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과세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