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원자력, 인력확보가 관건이다

“세계 인구 60억 명 중에 30억은 하루 2달러 이하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경제개발의 꿈, 즉 30억의 인구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하고 유용하며 친환경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원자력발전은 이를 이루기 위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미국 상무부 장관이었던 에반스가 지난 2004년 원자력에너지총회에서 연설한 것으로 최근 온난화 등 환경문제와 에너지수급 불안이 커짐에 따라 이와 같은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원자력 산업의 활성화는 지난 몇 년 간에 걸친 급속한 우라늄가격 상승과 더불어 의심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가고 있고 모든 분야에서 시장개방이 활발해짐에 따라 원자력 산업계도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가고 있다. 현재 전세계 원자력 산업계는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도시바 그룹, 히타치와 제너럴일렉트릭스연합, 미쓰비시와 아레바연합의 3파전으로 구도가 확정됨에 따라 일본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면 향후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진출은 많은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세력상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유한 인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상의 경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활용한 세계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원자력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의 절반 이상이 47세 이상으로 향후 5년 안에 2만3,000여 명이 정년 퇴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많은 나라에서 국내의 우수한 인적자원에 대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 분야 전문인력은 건설과 운영, 안전, 연구, 기타 산업분야 등에서 약 2만1,000여 명에 달하고 있지만 신규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문인력들의 퇴직과 핵심인력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은 고도의 안전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로 전문인력 양성에는 장기간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수요를 예측하여 양성해야 한다. 만약 애써 양성한 전문인력들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모처럼 찾아온 세계시장 진출의 호기를 살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오는 2020년까지 약 3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인 중국은 ‘인재는 제1자원’ 정책에 따라 향후 15년간 약 8,000여 명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퇴직자의 공백을 메울 신규인력이 부족하여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고, 미국도 원자력기반 및 교육개선프로그램(INIE)을 통한 원자력공학 프로그램 지원과 함께 산학연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원자력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미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은 물론이고 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태국 등 원자력발전을 계획하고 있는 국가들도 인력양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원자력계의 인력수급은 우려되는 상황이 한둘이 아니다. 산업계와 연구분야 모두 신규 인력충원이 원활하지 않아 40대 엔지니어나 연구자들이 직접 모든 실무를 챙겨야 하는 것은 물론, 분야에 따라서 이들의 경험과 지식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웨스팅하우스사가 최소한 1,000명 이상을 증원하고, 제너럴일렉트릭스도 퇴직인력의 규모를 고려해 인력 충원을 위한 구인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 평균 연봉도 상승하고 있어 젊은 인력 중심으로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계 회사는 스카우트대상 인력을 이미 선별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고 보면 우수한 인력과 함께 경험과 지식이 고스란히 빠져나가 일부 분야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연구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비정규직들마저 고용불안에 휩싸이면서 현장에서의 공백은 더 커지게 됐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기혁신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기 혁신이 구조조정과 동일시되어선 안될 것이다. 또한 시장가치와 전망을 중심으로 한 수급전략이 선행되지 않은 채 단순 인원수 감소를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도 다시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의 인력정책은 기존의 ‘버리는 전략’에서 ‘취하고 육성하는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또는 산업적으로 중요한 핵심 분야가 정의돼야 하며 이런 분야에서 최소한도의 인력인프라를 육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젊고 유능한 인력들의 이탈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개방시대 우리 원자력 산업의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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