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5(금) 19:46국민의 혈세(血稅)로 조성된 농어촌구조개선기금이 제대로 쓰여지지 않고 불법적으로 유용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 검찰수사로 밝혀진 유용실태를 보면 농어촌기금은 눈먼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먼저 받아서 쓰는 사람이 임자인, 그야말로 공짜돈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 적발된 건수와 유용액만도 298명에 338억원으로, 전국적으로 수사가 이뤄질 경우 유용액은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나라돈이 물새듯 흘러나간 것이다.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쌀시장 개방불가 방침을 약속했다. 그무렵 일본은 우르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이후 대세가 개방으로 기울자 재빨리 정책을 선회, 최소접근방식으로 실리를 취하는 쪽으로 나섰다. 金 전대통령은 개방불가 방침만 외치다가 막상 개방을 강요당하게 되자 국민들, 특히 농어촌주민들을 기만한 꼴이 된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 바로 총액 57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농어촌기금이다.
우선 농어촌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92년부터 올 연말까지 정부와 민간기금 등 재정 투·융자에서 42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94년부터 2004년까지 15조원의 농어촌 특별세가 투입된다. 실제로 투자된 농어촌 기금은 지난 97년까지 모두 42조6,833억원 규모다.
이번 검찰수사는 그 대상이 일부에 불과하다. 검찰은 전국적으로 본격수사가 이뤄질 경우 자금을 지원받은 농어민중 3분의 1가량이 서류를 불법 또는 편법 작성, 기금을 편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례(實例)로 5억원정도면 되는 구조개선사업이 허위서류로 71억원짜리 사업으로 둔갑해 남은 돈으로 빚갚고 부동산 투기까지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공돈 타먹는 대열에는 귀순자까지 끼여 2억4,000만원이나 챙겼다니 할말이 없다.
농어촌기금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는 金 전대통령 재임당시에 이미 파다했었다. 농어촌에서는 현지공무원들과 농어가(農漁家)와의 결탁이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기금의 집행이나 관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시장개방에 대비해 농어촌을 개선하라고 준 돈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된 셈이다.
농어촌기금이 이처럼 낭비된데는 충분한 사전 검토작업 없이 허겁지겁 정책을 입안한데 따른 필연의 결과다. 전임 金泳三정권의 또 하나의 실정(失政)이다. 뒤늦게나마 검찰수사로 기금의 파행운용이 밝혀진 것만도 다행이다. 관계당국은 지금이라도 기금의 불법유용을 바로잡고 회수할 수 있는 기금은 회수토록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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