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협 체결 사업장 20% 그쳐… 노사 갈등 한층 격화 될듯

■ 내달부터 임금 못받는 노조 전임자 속출<br>노사 '타임오프 한도' 합의 안될땐 임금 공백 지속<br>제도시행 이후도 '전임자 임금 문제' 뇌관 가능성


오는 7월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노조전임자 전원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타임오프 한도 범위 내에서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이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노사가 기존 노조전임자의 처우 보장을 놓고 대립해왔다면 앞으로는 단협을 체결하지 못한 사업장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협 타결 안 되면 노조전임자 임금 받기 어려워=올해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노동부는 이달 말 기준으로 전체 사업장의 20% 정도가 단협을 맺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조전임자가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유급을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단협에서 타임오프 활용 인원과 시간을 노사가 정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7월부터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노조는 법에서 허용한 타임오프마저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추후에 노사가 타임오프 한도에 합의하고 임금을 소급해 지급할 수도 있지만 합의가 안 될 경우 임금 공백상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단협을 체결하지 못해도 사용자가 동의해줄 경우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낮다. '사용자의 동의'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인데다 단협이 지지부진한 사업장들은 대부분 타임오프 문제로 노사가 갈등을 빚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단협이 체결되지 않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의무도 없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굳이 동의를 해줄 유인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노조 역시 사용자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타임오프 대상자를 미리 통보해줘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타임오프가 문제가 돼 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사업장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사용자가 먼저 타임오프를 선뜻 동의해주기도, 그렇다고 노조가 먼저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단협을 통해 노사가 구체적인 타임오프 업무와 한도를 정하기 전까지는 타임오프가 시행되더라도 노조전임자가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단협 미타결 사업장,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뇌관될까=이처럼 타임오프가 시행되더라도 단협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해주지 않아 노조전임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업장이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노조전임자의 처우 보장을 요구하며 사용자 측을 압박하고 있는 금속노조는 27일 기준으로 올 임단협이 진행 중인 사업장 170곳 가운데 절반인 85곳에서 타임오프 한도 등에 대한 이견으로 단협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재적인 갈등 요소가 크다는 얘기다. 발전 5개 공기업의 산별인 한국발전산업노조는 지난달 24일부터 회사로부터 전임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5일 단협이 해지된 후 새 단협을 체결해야 하지만 노조 교섭위원들의 유급 처리를 놓고 노사가 신경전을 벌이다 협상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노조전임자 12명에 대한 업무복귀 명령을 내렸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 결국 회사는 이들에 대한 급여 지급을 중단했다. 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한 기아차노조 역시 7월부터는 노조전임자들이 급여를 아예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사측은 이미 3일 노조 측에 전임자 급여와 차량•유류비 등 부당노동행위로 금지되는 각종 경비 지원을 7월1일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개정 노조법 시행과 관련해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 19명 외에는 전원 무급휴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19명의 유급 인정도 노조가 타임오프 대상자를 우리 측에 사전에 통보해줘야만 가능하다"면서 "노조가 이마저도 응하지 않으면 법대로 전원 무급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당장 전임자 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현재의 투쟁기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사측이 문제 삼고 있는 전임자 처우 조항을 단협 요구안에서 뺄 생각은 없다"면서 "전임자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현재의 투쟁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도 타임오프와 관련해 방안을 갖고 있다. 노사가 신뢰를 갖고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상당 기간 노사 타임오프 갈등 지속=타임오프 시행 전에는 노사가 기존 노조전임자의 처우 보장 여부를 놓고 대립했다면 타임오프 시행 이후에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좀 더 실질적인 문제가 갈등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단협을 맺지 못한 미타결 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전면 금지하게 됨에 따라 궁지에 몰린 노조가 투쟁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는 7월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금속노조의 6월 파업에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이미 파업을 결의한 기아차노조가 7월에는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고 28~29일 파업 찬반투표가 예정된 GM대우노조의 파업동참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기에 대표적인 노사 협력사업장으로 분류돼왔던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역시 타임오프를 둘러싸고 노사가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 임단협에서 타임오프를 다루지 않고 별도의 노사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TF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한 관계자는 "단협이 8월 말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일단은 제도 시행 이후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면서 "노조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지만 현 타임오프 매뉴얼대로라면 자구책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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