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않는 '얼굴없는 수출''얼굴 없는 수출'이 여전하다. 외국 브랜드로 판매되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수출 비중이 너무 높다. 특히 간판격인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OEM이 늘어나는 조짐이다. '수출 역군' OEM이 '코리아 브랜드' 확립에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 3대 제품의 올해 OEM 수출을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들 3대 가전제품 50만대를 OEM으로 생산했으나 올해 8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것. 삼성전자는 이들 제품을 미국의 GE, 월풀 등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컬러 TV와 VCR에서도 30만대 규모의 OEM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EM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디자인 등 선진 노하우를 습득하는 효과도 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OEM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분야에서는 자체 브랜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나 가전 분야는 OEM이 불가피하다는 입장.
LG전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LG전자의 수출 물량중 OEM방식은 30%정도. OEM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높아졌다가, 최근 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LG전자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독자 브랜드 비중이 매년 4~5% 상승해왔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LG전자 에어컨과 전자레인지는 OEM 비중이 30~50% 안팎으로 높고, TV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는 10~20%대로 낮은 편.
더욱 문제는 선진국 시장에서 전자제품의 OEM방식 수출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 삼성이나 LG 모두 동남아, 중동, 중남미에서는 독자 브랜드로 시장 개척을 하고 있으나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 시장으로 수출이 늘수록 OEM 비중도 계속 늘어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 독자 브랜드로 진출하려면 품질과 유통망 확보뿐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마케팅 비용까지 쏟아부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세계수준이라는 국내 전자업체들이 눈 앞의 이익때문에 OEM에 매달릴 경우 2류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윤순환 기자 GOODMAN@HK.CO.KR입력시간 2000/07/09 19:27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