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사고를 친 것 같다

제9보(121∼140)



막상 백이 22로 안형을 없애자 흑대마의 사활이 가물거린다. 이 흑대마가 자체로 살지 못하고 백대마와 수상전을 벌여야 한다면 그 수상전은 흑이 불리할 것이다. 이세돌은 다시 흑25로 끊어 리듬을 찾기 시작했는데…. "누가 유망한 싸움인감?"(필자) "백이 떼를 써보는 양상입니다."(윤현석) "흑이 산다는 얘기인가?"(필자) "빅으로 살든지 최소한 패는 날 겁니다. 패가 나면 살자는 팻감은 여러 개가 있다고 봐야겠지요."(윤현석) 흑33이 좋은 수였다. 강동윤은 내친걸음이므로 주저없이 34로 치중했다. 가는 데까지 가보고 별다른 도리가 없으면 돌을 던질 작정이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참고도1의 흑1로 두면 빅으로 살게 되어 있었는데 이세돌이 흑35로 두었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참고도1의 흑1이었으면 백2로 반항해도 흑3이면 빅으로 산다. 흑대마가 살면 중원의 거대한 백대마는 그대로 말라죽게 되니까 여기서 백은 돌을 던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동윤의 백38이 놓이자 검토실에서는 비명이 들렸다. "뭐야! 이세돌이 사고를 친 거 아니야?" "지독하군. 공연히 어려운 길로 가고 있어."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자 백홍석이 참고도2의 흑1 이하 8을 소개했다. "이런 진행이 될 텐데 흑도 살떨리는 난투예요."(백홍석) 물론 참고도2의 흑3으로 두지 않고 흑이 좌변을 크게 깨면서 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의 흑 7점이 죽는다면 과연 흑이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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