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예산,대선논리에 밀려서야(사설)

정부는 내년도 예산증가율을 올 예산대비 일반회계 4%, 재정융자를 포함한 전체규모는 5∼6%선으로 긴축 편성할 방침이다. 이에따라 내년도 예산규모는 금년의 71조4천억원보다 3조6천억∼4조3천억원이 늘어난 75조∼75조7천억원선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어제(19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의 예산편성 방침을 보고했다.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초긴축으로 편성키로 한 것은 경기침체로 세수증가율이 2∼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데 따른 조치다. 예산증가율로 볼땐 지난 84년의 5.3%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예산증가율은 줄곧 두자릿수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만도 14.8%, 올해도 13.4%(추산)나 된다. 특히 오는 12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어 각종 공약의 남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한자릿수의 예산증가율은 「소금예산」인 셈이다. 내년에는 교육·농어촌구조개선사업·사회간접자본(SOC)투자 등 주요부문의 예산규모가 연초 예상했던 수치보다 대폭 축소가 불가피 해졌다. 재경원은 교육부문에 대해서 국민총생산(GNP)대비 5%수준인 24조원을 배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수준인 20조7천억원 정도로 줄어든다. 농어촌구조개선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92년부터 98년까지 42조원을 투자키로 하고 내년에 7조8천2백40억원이 배정됐다. 여기서도 1조원 정도가 삭감된다. SOC투자는 금년에 2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내년에는 한자릿수로 낮춰진다. 방위비는 금년의 증가율 12.7%에서 5%로 낮출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남북관계가 아직도 긴장상태라는 점을 들어 상향을 지시, 높아질 전망이다. 당연한 조치다. 내년도 예산안의 특징가운데 하나는 공무원임금 인상이다. 이번 예산안 편성때 이를 결정하지 않고 내년도에 정부투자기관과 민간기업의 임금상승률을 본후 내년 1월부터 소급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임금의 사후 결정은 공무원 임금 인상폭이 항상 민간기업의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선도역할을 해와 이번에 그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시도해볼 만한 제도지만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 표 얻기라는 비판도 있다. 공무원 월급을 소폭 인상할 경우 공무원 표의 이탈이 예상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비난도 면키 어렵게 됐다. 내년도 예산편성 방침은 「세입내 세출」로 여느면 건전 재정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고수될는지는 의문이다. 여당은 벌써부터 대선을 겨냥,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마찰이 예상되는 부문은 아무래도 농어촌구조개선, 교육개혁, SOC투자다. 그러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점에 예산편성이 대선논리에 밀려서는 안된다. 예산증액은 그만큼 세수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원발굴은 불가능하다. 세금인상이나 무리한 세수집행, 각종 연·기금으로부터 차입밖에 방법이 없다.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건전 재정을 고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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