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 납치 80억 부동산 가로채
전직 의사와 간호사가 토지 사기단과 결탁, 80억대 부동산을 가진 70대 할머니를 납치, 재산을 가로챈 사실이 적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할머니는 납치돼 끌려 다니는 동안 지병이 악화돼 숨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1일 전직 의사 김모(77ㆍ서울 종로구 평창동)씨와 전직 간호사 이모(67ㆍ여ㆍ주거부정)씨, 토지매매 서류 등을 위조해 숨진 할머니 소유의 토지를 가로 챈 고모(50ㆍ건축업)씨 등 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납치감금)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고씨와 함께 사기극을 벌인 김모(50ㆍ건축업)씨 등 일당 3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99년 5월께 모 종교단체 교인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진모(77ㆍ여ㆍ서울 중구 장충동)씨에게 "할머니 재산을 노리는 사람이 많으니 요양차 다른 곳으로 옮기자"며 납치, 8개월간 진씨를 경기도 일대로 끌고 다니면서 토지사기단과 결탁, 진씨의 부동산을 가로챈 혐의다.
김씨 등은 당뇨 등 지병으로 의식이 없던 진씨의 인감도장을 빼내 토지매매 계약서를 허위 작성한 뒤 80억 상당의 진씨소유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소재 토지1,500평, 임야 3만3,000평을 24억원에 매각, 돈을 나눠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 등이 지병악화로 진씨를 인천 모병원 응급실로 옮긴 뒤 병원측에 보호자라고 속여 "X-레이 촬영이나 혈액검사, 심폐소생술 등이 필요 없다"고 말해 지난해 1월5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토지 사기단에게 속았으며 돈을 챙기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조사결과 숨진 진씨 명의의 통장에 토지대금이 입금되지 않았고, 김씨는 부동산매각대금 중 1억5,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번 사기극에 사기단 20여명 가량이 더 개입해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의 신원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한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