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7개 저축은행에 1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한 통의 공문이 전달됐다. 모든 지점의 간판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것이었다.
금감원이 이 같은 주문을 한 것은 지난달 문을 연 OK저축은행이 간판에 '저축은행'이라는 한글 이름 대신 'savingsBank'라고 표기한 것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익숙한 저축은행이라는 한글 대신 영어를 사용한데다 은행이라는 뜻의 'Bank'만 더 굵은 글씨체로 표현해 소비자들의 혼동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단순히 간판 사진을 찍어 보내기가 귀찮아서가 아니라 너무 세세한 것까지 훈수를 두려는 감독 당국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업계의 한 대표는 "법에도 없는 간판 표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에 일괄적으로 간판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감독 당국의 시선이 아직도 저축은행 지점 폐쇄 당시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판에 대한 규제가 없어 OK저축은행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려야 할지 판단에 참고하고 다른 저축은행도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저축은행의 사례를 사진 자료로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갈수록 높아지는 금융당국의 규제에 저축은행 업계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올 들어 대출취급수수료와 만기연장수수료 등이 줄줄이 폐지돼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데다 설상가상으로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로 은행에서 더 많은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되면서 기존 고객이 은행으로 갈아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은행과 같은 수준의 건전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저축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인신용대출 등 관계형 금융에 집중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