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美 "쇠고기 빗장, 협상에 불리" 노골적 협박

"수입조건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만든것" 주장<br>과거 車대상 '슈퍼301조' 발동 연상케해<br>우리측 무역구제등 타분야 협상도 차질 우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 개시 하루 전인 4일(이하 현지시각) ‘미스터 쇠고기’(Mr. Beef)로 통하는 맥스 보커스(몬태나ㆍ민주당) 상원의원은 지역 상공인 주최 협상단 환영행사 도중 공식 오찬에 앞서 한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몬태나산 쇠고기 스테이크를 직접 썰어 시식하면서 준비해온 듯 한국말로 “맛있습니다”를 5~6차례나 연거푸 말했다.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알듯 모를듯한 웃음만 지었다. 김 대표는 이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 반송 건이 협상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쪽으로는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그 때문에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커스 의원은 이날 행사 내용 중 한국 기자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오찬연설 시간에 더욱 직접적인 공세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커스 의원은 이날 행사용으로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통해 한미 FTA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장벽을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쇠고기 수입금지를 보는 미국의 시각이 점차 예사롭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발언과 행동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며 중국에 슈퍼 301조 발동을 거론하는 등 압박을 가했던 모양새와 흡사하다. 미국은 이미 FTA 협상을 통해 감귤류뿐 아니라 쇠고기에 대해서도 즉시 관세철폐를 요구한 터라 더더욱 그렇다. 일련의 미 정부ㆍ의회 발언을 보면 과거 자동차를 상대로 슈퍼 301조를 발동했을 때를 연상케 하고 있다. ◇쇠고기 문제, 슈퍼 301조 발동 대상(?)=쇠고기와 관련된 미국 인사들의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패트 로버츠 상원의원은 “한국이 미국과 맺은 어떤 무역이나 외교정책에도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마이크 요한스 미 농무장관은 “FTA 협상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이를 요약하면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환율, 한국은 쇠고기 수입조건 조작국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5차 FTA 협상에 참가한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 2003년 이후 쇠고기 수입이 금지된 후에도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가장 많은 농산물을 수출하는 국가 1ㆍ2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쇠고기를 상대로 슈퍼 301조를 발동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중국을 상대로 환율 조작국 지정을 위협하듯이 한국을 쇠고기 수입조건 조작국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미 정가 인사들은 “한미간에 합의한 쇠고기 수입조건이 순 엉터리다.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만든 규칙”이라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움츠러드는 FTA 협상력=5차 농업분과 회의는 협상 첫날인 5일(한국시간)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치러진다. 협상 첫날부터 무거운 출발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우리가 역점을 두는 무역구제 분과 회의가 6일(한국시간)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된다. 농업분과 회의가 무역구제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 보니 우리로서는 다른 분과에서 그만큼 움츠러들게 된다”며 “마지막 협상에서 꺼낼 빅딜 카드가 작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섬유ㆍ무역구제 등 미국의 약점을 활용, 제조업 등에서 더 많은 것을 확보한다는 우리측 전략(?)이 쇠고기에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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