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온실가스 배출권 소송 줄잇는다] 할당기준 허점투성이… 신증설 기업은 배출량 제대로 반영 안돼

작년 신증설 마친 업체, 50% 시운전 기준 할당

냉장고 등 늘어난 설비도 계량기 추가 설치 등 분리신고 안하면 미적용

/=연합뉴스

B제철업체는 지난해 9월 신증설을 단행했다. 이 업체는 신규 설비가 안정되지 않아 3개월간 시운전을 거쳐 올해부터 정상 가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최근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배출권 할당량이 턱없이 적었던 것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9~12월 시운전 기간의 배출량을 기준으로 할당량을 받는 바람에 연간 300억~4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업체는 이 때문에 환경부를 상대로 할당량 이의신청을 내는 한편 행정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환경공기업 C업체는 2011~2013년 신증설한 물량에 대해 배출권 할당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환경부에서는 신청량의 50%만 인정해줬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신청했는데 왜 신청량의 절반만 인정해줬는지 모르겠다"며 "할당량에 대한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이달 초 개별 기업에 배출권 할당량을 통보하자 상당수 기업들이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는 당초 "기업별 할당과 관련해 산업계 관계자들이 상당수 실무작업반에 참여해 배출량을 결정한 만큼 이의신청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입장이었지만 기업들과의 소송을 준비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기업들이 대거 소송을 준비하는 이유는 환경부의 할당 관련 지침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배출권 할당 기준을 살펴보면 기준연도인 2011~2013년 3년간 개별 업체의 배출량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지난해 신증설을 완료한 경우이다. 환경부 지침을 보면 '기준연도 마지막 연도(2013년)에 신설 또는 증설된 시설의 해당 이행연도(2015~2017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은 해당 시설의 마지막 기준연도 월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활용해 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2013년 9월 신증설을 마친 업체는 시운전 기간인 10~12월의 평균치를 기초로 배출량이 할당된다. 시운전 기간에 가동률이 50% 안팎인 경우가 많은 만큼 배출권이 실제보다 적게 할당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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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이 조항에 따르면 2013년에 중순 이후 신증설한 업체들은 시운전 없이 설비를 100% 가동하거나 과소할당된 수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며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조항이며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기타 시설의 해당 이행연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지침도 모호해 논란의 대상이다. 이 지침을 살펴보면 '기준연도 내에 분리보고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기준연도 마지막 연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경우 분리보고하지 않은 사업장 단위의 신증설은 적용이 안 돼 업체들이 할당량을 실제보다 적게 받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D라는 제조업체에서 냉장고 등 전력기기를 지난해 추가로 설치했을 경우 냉장고에 계량기를 설치하고 분리신고하지 않으면 신규 설비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업체들은 또 환경부에서 분리신고 절차와 방식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설 변호사는 "분리신고해야 하는 설비와 공정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절차도 지침에 명시돼 있지 않다"며 "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신규 설비를 분리보고하지 않아 적용받지 못할 정도로 지침이 불명확하고 절차도 제대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 현재 할당량 지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석유화학·철강·발전 등 업종별, 525개 업체별로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침은 만들어질 수 없다"며 "발전업종을 예로 들면 신규 설비의 가동률이 100%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2011~2013년 전력난으로 기존 설비의 가동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과다할당의 여지가 있으며 결코 적게 할당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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