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결국은 다시 제조업이다

박봉규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로터리] 결국은 다시 제조업이다 박봉규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박봉규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지난 90년대 초반 일본경제, 정확히는 일본 제조업이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 ‘제조업은 영원하다’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마키노 노보루가 쓴 이 책은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향후에도 일본을 지탱해줄 힘의 원천을 제조업에서 찾고 있다. 예상은 빗나갔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침체에 빠진 것이다. 제조업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각종 ‘T’로 대변되는 신산업이나 유통ㆍ물류ㆍ금융 서비스 등이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개별회사의 경우에도 기획ㆍ연구개발이나 마케팅은 자신들이 담당하지만 제조하는 일쯤은 개도국에 하청을 주는 것이 앞서가는 기업의 상징이라고 여겼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통 제조업은 굴뚝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되고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육성, 그 중에서도 동북아 물류중심, 금융 허브의 건설을 우선 과제라고 여겼다.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기반이 없는 물류 중심이나 금융 허브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튼튼한 제조업이 바탕이 돼야만 물류기능이 들어서고 금융기능 또한 강화될 것이 아닌가. 움직일 수 있는 우리 화물이 없다면 단순한 환적 기능만으로는 물류 중심이 될 수 없다. 금융의 대상이 되는 실체가 가까이에 없는데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금융 허브는 이뤄지지 않는다. 비중이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제조업의 고용 비중은 아직까지 20%대에 이른다.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산업도 다름 아닌 섬유, 자동차, 선박, 디지털 전자 분야이다. 유럽 금융시장의 축이 런던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옮겨졌다가 최근 다시 런던이 활기를 찾고 있는 것도 모두 독일경제의 침체, 영국경제의 회복세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경제가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 기조에 들어선 듯이 보인다. 그 바탕은 다름아닌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에 있다. 10년의 어려움을 버티면서 다가올 10년 동안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매달린 덕택이다. 우리의 경우도 주력 기간산업에 정보기술(IT) 등 신기술을 접목시켜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 제조 분야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이 급선무다. 제조업이 든든하게 제자리를 잡고 있어야만 다음의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 입력시간 : 2004-10-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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