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주목받는 김정태 회장

금융당국과 잇단 어깨맞추기<br>선도자인가 눈치보기인가<br>배당축소·연봉30% 반납에 지방은행 인수도 선제 대응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물러날 당시만 해도 그에 대한 우려감이 컸다. 김 전 회장의 존재 가치가 워낙 대단했고 실제로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하나금융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태반인 탓이다. 이는 역으로 후임자인 김정태(사진) 현 회장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조금만 삐걱거려도 그룹 안팎에서 흔들어댈 판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나금융의 김정태는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 빠르게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최근 한 달여 동안 김 회장의 행보는 여타 금융 최고경영자(CEO)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방은행 매각부터 임금 삭감ㆍ배당에 이르기까지 금융당국이 추진하거나 생각하는 이슈 앞에는 항상 김 회장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중간배당을 실시한 하나금융지주는 결산배당 때 배당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사나 은행의 수익과 배당 성향의 적정성을 따져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도록 지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일종의 화답인 셈이다.

금융당국과의 '보조 맞추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9일 김 회장은 연봉의 30%를 자진 반납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비용 효율화를 명분으로 제시했지만 공교롭게도 전날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수익 부진이 심화되는데도 임직원들은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던 터. 한 고위 당국자는 "김 회장이 고맙지 않을 수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도 "현재 우리 금융 환경에서 금융당국이 메시지를 던지면 금융사는 결국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를 감안할 때 김 회장의 선제적 대응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인수 건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 중 지방은행 매각을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방은행 매각작업을 진행할 때 정치논리와 지역색이라는 프리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에 대한 돌파구로 대형 금융지주사가 지방은행 한 곳을 인수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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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은 "지방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러자 금융계에선 김 회장의 결정이 금융당국과의 교감 아래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유가 어찌됐든 당국의 가려운 등을 긁어준 셈이 됐다. 지방은행 매각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흥행이 필요한 당국 입장에서 하나금융은 너무나 반가운 손님인 탓이다.

물론 그의 행보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는 않다. 금융당국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는 것도 좋지만 금융당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평상시 경영 스타일에 비춰봤을 때 굳이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말단 행원 때부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라 그만큼 상황 판단이 빠를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금융 현안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다른 금융지주사 CEO들에 비해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리딩뱅크의 CEO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촌평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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