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9일] 수도권 미분양 대책 한달

“수도권을 살린답시고 지방은 다 죽여놓았으니 이게 제대로 된 대책입니까.” 최근에 만난 한 중견건설업체 임원은 수도권 미분양 대책에 힘입어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부아가 치민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 대부분이 지방에 있는데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일부가 판매된들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방 투자수요를 줄이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불평했다. 수도권 미분양주택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및 취득ㆍ등록세 감면을 골자로 하는 ‘2ㆍ12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다 돼간다. 일부 수도권 미분양 단지는 이번 대책으로 톡톡히 수혜를 누리고 있다. 우남건설이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하고 있는 ‘우남퍼스트빌’의 경우 자취를 감췄던 계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장기 미분양 조짐마저 보이던 경기 고양시 식사ㆍ덕이지구에도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지방으로 돌려보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지방 미분양이 많은 업체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수도권과 지방의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이 사실상 같아지면서 업체마다 지방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혜택을 받는다면 수도권에서 집을 사지 누가 지방에서 집을 사겠느냐”고 되물었다. 양도세의 경우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데 수도권과 지방 중 어느 곳의 집값이 먼저 뛰겠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대형 건설업체 B사가 광주에서 분양하고 있는 한 아파트의 경우 2ㆍ12대책 이후 분양 문의가 뚝 끊겼다. 현장 분양사무소의 관계자는 “가뜩이나 드물던 문의 전화가 수도권 미분양 대책 발표 이후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며 “수도권을 살리려다 지방을 다 죽일 판”이라고 전했다. 다른 대형건설업체 C사가 대구에서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 역시 사정은 비슷해 지난 2월 입주에 돌입했지만 100여가구가량 남아 있는 미분양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총 16만5,599가구로 통계를 작성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83%인 13만8,671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수도권 미분양물량이 해소되고 있다는 소식에 정부가 희희낙락하고 있다면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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