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뒤 3년 이상 착공을 하지 않은 장기 미착공 공공주택은 총 390개 지구, 23만2,766가구에 달했다. 이는 올해 7월말 기준 LH가 보유한 전체 미착공 물량인 34만1,000가구의 68.3%에 이르는 수치다.
LH는 통상 사업승인을 먼저 받고 2∼3년 뒤 착공에 들어가는데 사업승인 후 3년이 지나도록 착공을 하지 못한 공공주택이 전국적으로 쌓여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미착공 기간이 5∼7년에 이르는 아파트가 시흥 목감·오산 세교2·하남 미사·고양 향동 등 194개 지구 10만7,439가구로 가장 많았고 3∼5년인 아파트가 화성 동탄2, 아산 탕정·시흥 은계·하남 감일 등 137개 지구 8만1,573가구로 조사됐다. 사업승인 7∼10년이 지나도록 착공을 못한 아파트도 파주 운정·시흥 장현·인천 서창1·부산 만덕5 등 59개 지구에서 4만3,754가구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영구임대(8,290가구)·국민임대(7만2,340가구)·공공임대(3만9,721가구) 등 공공임대주택이 12만351가구로 절반이 넘었고 공공분양주택이 11만2,415가구를 차지했다.
미착공 물량이 늘면서 LH가 부담하는 이자액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들 3년 이상 미착공 주택 건설 사업(대지조성·보상비 등)에만 총 9조8,128억원이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됐으며 분양·임대가 지연됨에 따라 LH가 부담한 기금 이자 총액만 1조1,848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장기 미착공 물량이 많은 것은 LH가 2009년 10월 통합 이후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재조정 등을 추진하면서 신규 착공을 크게 줄인 영향이 크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10만 가구의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실제 착공은 6만 가구 안팎에 그치면서 미착공 물량이 쌓인 것이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부의 부동산 공공주택 정책 변화 등도 미착공 물량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보금자리주택사업이 행복주택으로 대체되고 2013년 이후 공공분양 아파트 물량을 대폭 축소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LH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장기 미착공 물량을 행복주택이나 리츠형 공공임대 등으로 전환해 소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임대아파트 용지를 분양 아파트 용지로 바꿔 민간에 매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64%에 이르는 14만9,664가구는 아직 활용방안이 없는 상태다.
이노근 의원은 “활용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미착공 주택에서 발생한 이자 총액만 해도 7천500억원에 이른다”며 “LH의 이자 부담은 결국 국민 혈세로 지급하는 것인만큼 조속한 시일 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신 기자 csj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