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사람들은 ‘웬 노인이 반짝하는군’ 하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틀째도 ‘그런가 보다’ 했겠지만 이제 ‘이 늙은이가 우승할 수도 있겠는데’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60세 노장 톰 왓슨(미국)이 역사적인 라운드에 들어갔다.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링크스 에일사코스(파70ㆍ7,204야드)에서 계속된 제138회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를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로 마친 왓슨은 19일 밤10시20분(이하 한국시간) 시작한 최종 라운드에서 ‘위대한 도전’을 펼쳤다.
왓슨의 도전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경이롭다 못해 불가사의할 정도다. 149년의 세계 최고 역사를 가진 이 대회 역대 최고령우승 기록은 무려 142년 된 1867년 톰 모리스(스코틀랜드)의 46세 99일이다. 4대 메이저대회 전체로는 1968년 US오픈 줄리어스 보로스(미국)의 48세. 메이저대회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정규 투어 대회를 망라한 최고령우승 기록도 1965년 그레이터 그린스보로오픈에서 작성된 샘 스니드(미국)의 당시 나이 52세다.
전날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왓슨은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잃었지만 중간합계 4언더파 206타를 마크했다. 첫날 공동 2위, 2라운드 공동 선두에 이어 마침내 단독 선두에 오르면서 1977년 같은 장소에서 잭 니클로스(미국)를 꺾었던 장면을 32년 만에 재연할 기회를 만들어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39승(메이저 8승 포함)에 브리티시오픈 5차례 우승을 쌓은 그는 챔피언스(시니어)투어에서도 12승을 거뒀다.
왓슨은 3라운드 15번홀까지 3타를 잃으며 뒷걸음질을 했다. 그러나 16번홀(파4)에서 10m가 넘는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분위기를 바꿨고 17번홀(파5)에서도 이글 퍼팅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가볍게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마지막 18번홀을 파로 마친 뒤에는 관중을 향해 ‘파도타기 응원’을 유도하는 등 여유 넘치는 모습도 보여줬다.
매튜 고긴(호주)과 로스 피셔(잉글랜드)가 1타 차 공동 2위(3언더파)에 자리했다. 리 웨스트우드(영국)가 3라운드까지 2언더파로 레티프 구센(남아공)과 함께 공동 4위를 달려 17년 만의 영국인 우승에 대한 꿈을 이어갔다. 짐 퓨릭과 스튜어트 싱크(이상 미국)가 1언더파 공동 6위에 자리했다.
한편 왓슨은 이번 대회를 살렸다는 평가도 이끌어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포스트 타이거’ 앤서니 김(24), 일본인 스타 이시카와 료(18) 등이 모두 컷오프 돼 자칫 김이 빠질 뻔했기 때문. 최경주도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