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중소 의료기기업계의 엔지니어 등 기존 인력을 경력직으로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국내 중소기업들의 주 영역인 중저가 디지털 엑스레이 분야에서 제품을 내놓지 않을 방침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기기 분야 상생방안을 28일 발표한다.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 논란과 관련해 중소 의료기기업계의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의료기기 분야 경력사원을 채용할 경우 국내 중소 의료기기업체에서 현재 종사하고 있는 인력은 뽑지 않을 계획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영역 침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앞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주력제품인 중저가 디지털 엑스레이(DR) 분야에서 신제품 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
디지털 엑스레이는 X선으로 얻어진 인체영상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의료기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출시한 디지털 엑스레이 ‘XGEO’는 프리미엄 제품이며, 앞으로도 하이엔드ㆍ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디지털 엑스레이는 초음파, MRI(자기공명전산화단층촬영장치), CT(전산화단층엑스선촬영장치) 등과 더불어 의료기기분야 종합영상기기 제품 라인업의 필수 품목”이라며 “의료기기 분야는 단품이 아닌 패키지로 묶여서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디지털 엑스레이 시장은 제품 단가에 따라 하이엔드ㆍ프리미엄 시장과 중ㆍ저가 시장으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치중하는 중저가 시장이 아닌 주로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 하이엔드ㆍ프리미엄 시장만을 공략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와함께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업체들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동반성장 방안도 공표한다. 현재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의료기기 분야의 고가 핵심부품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국내 중소기업들과 협력해 공동 개발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또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 부품 등 후방산업이 성장하고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활성화되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진출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선언에 대해 “대기업의 시장잠식과 인력 빼가기가 심해지고 있어 의료기기 분야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중소 의료기기업계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대기업의 의료기기산업 진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의료기기조합은 지난 14일에도 간담회를 갖고 대기업의 인력 스카우트 문제에 대해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한편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지난 2010년 기준 약 2%인 상위 30개 업체가 전체 생산규모의 43.4%, 전체 수입규모의 57.6%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300조원 규모이지만,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1.3%에 불과한 3조9,0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생산이 안되고 있는 대형병원용 CT와 MRI 같은 고가의 영상진단기기는 현재 GE, 필립스, 지멘스 등의 업체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어 의료기기 무역적자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의료기기 무역적자는 2010년 기준 전년대비 15% 증가한 8억1,147만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