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車·내수주 '선방'-전기전자·기계 '부진'



자동차ㆍ건설ㆍ유통업종 웃고 ITㆍ기계업종 울고 지난 8월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가 국내 상장사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3ㆍ4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양상이다. 업종별로는 건설과 유통ㆍ금융 등 일부 내수주와 자동차업종만 그나마 선전했을 뿐 전기ㆍ전자와 기계 등 대외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3ㆍ4분기 실적 중간점검을 한 결과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91곳 가운데 순이익 실적을 발표한 86곳의 순이익 총합이 11조9,432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조3,902억원)에 비해 27.1%나 줄어든 것이다. 상장사들의 순이익 급감은 9월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전기ㆍ전자업종을 중심으로 외화 환산손실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중순 이후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환차손이 지난 분기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에 전체 상장사의 연간 순이익 전망도 한달 만에 4.8%나 내렸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ㆍ4분기 91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18조4,912억원보다 2.0% 감소한 18조1,233억원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내수업체와 운수장비업종만 그나마 선방했을 뿐 나머지는 좋지 않았다. 건설업의 경우 특히 대표주 가운데 하나인 대우건설이 올 3ㆍ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전환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통업종의 경우도 현대백화점, 하이마트 등의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1.9%, 6.2%씩 늘었고 금융업종도 KB금융의 대폭적인 실적호전에 힘입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3ㆍ4분기 때보다 각각 22.7%, 31.3%씩 증가했다. KT&G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9% 이상 증가했다. 운수장비업종의 경우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자동차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보다 20% 내외 성장했으며 현대위아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무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1%, 91.8%씩 각각 늘었다.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판매 호조, 해외재고 감소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환율안정과 신차효과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기업들은 4ㆍ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전기ㆍ전자업종은 영업이익ㆍ순이익 모두 급감했다. 전기ㆍ전자업종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42.7%가 줄었고 순이익은 외환손실까지 더해져 무려 67.7%나 감소했다. 기업별로는 LG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웅진에너지 등이 순손실과 영업적자를 동시에 기록하며 ‘어닝 쇼크’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기ㆍ삼성SDIㆍ삼성테크윈 등의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모조리 40~70% 가량 줄었다. 그나마 호실적을 기록했다던 삼성전자도 호황이었던 지난해 3ㆍ4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2.6%, 22.8%씩 감소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ㆍ전자기업의 경우 제품 수요 감소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난 데다가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계업종도 대장주 두산중공업의 부진속에 영업이익이 15.90% 감소하고 순이익도 적자전환했다. 또 운수창고, 종이ㆍ목재업종 등도 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 우려가 어느 정도 잠잠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4ㆍ4분기 실적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4분기 기업실적이 절대적으로 좋아지는 상황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은 실적 보다는 대외 변수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3ㆍ4분기 실적이 긍정적이지 않지만 이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며 “이제 4ㆍ4분기 실적이 남아 있지만 역시 당분간은 미국ㆍ유럽ㆍ중국 등에서 나타나는 정책 변화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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