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으로 출자전환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560%까지 치솟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와 함께 출자전환 역시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출자전환의 가능성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당국 역시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방안으로 유상증자와 신규자금대출 등을 우선 고려했으나 자본확충 방법으로 출자전환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유상증자뿐 아니라 출자전환을 포함한 자본확충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재무 상태가 중요한데 출자전환을 병행하는 것이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은행권은 대출 및 보증액은 전체 14조6,000억원으로 이 중 실제 대출로 이뤄진 부분은 3조원가량이다. 나머지는 모두 선수금환급보증(RG)·신용장(LC) 등 이행성 보증성 보증 형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1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2,800억원, 우리은행 1,000억원 등 시중은행이 모두 수천억원의 실제 대출을 안고 있다.
산은은 이 실 대출금인 3조원 정도만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기업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은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빠른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 재무제표에서 부채가 자기자본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3조원 중 일부만 출자전환이 되도 자기자본 확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의 실 대출금 3조원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4분기 반영한 3조318억원의 영업적자와도 맞먹는 규모다. 게다가 출자전환이 이뤄진다면 유상증자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어 산은 입장에서는 유리한 카드가 아닐 수 없다.
통상 출자전환은 부실 징후 기업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을 때 대표적인 사용되는 대표적인 정상화 방안이라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자율협약·워크아웃은 고려 대상이 아니지만 대주주가 채권단과 협약을 맺으면 출자전환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다만 정부와 산은이 출자전환 카드를 쓸 경우 시중은행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은·수은 등 국책은행이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대출도 7,000억원 이상이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임원은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모두 책임지겠으니 시중은행에 대우조선해양 관련 여신과 RG 한도도 줄이지 말라고 해놓고 출자전환을 전환한다면 시중은행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당국 등이 겉과 속이 다른 형태를 시중은행에 보이면 다음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 누가 채권 회수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겠느냐"고 말했다./김보리 기자 boris@sed.co.kr